미국서 "反인종차별 시위중 철거 콜럼버스 동상 제자리에" 소송

입력 2021-07-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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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反인종차별 시위중 철거 콜럼버스 동상 제자리에" 소송
이탈리아계 단체 요구…"일시 조처였던 만큼 복원 마땅"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사회가 지난해 전국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 과정에서 철거 수난을 당한 이탈리아 출신 '신대륙 개척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 동상 복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연합 시민위원회(JCCIA)는 22일(현지시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촉발한 지난해 대규모 소요사태 와중에 시카고시가 철거한 콜럼버스 동상의 원상 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시카고시는 작년 7월 흑인 시위대가 시카고 도심 그랜트파크의 콜럼버스 동상을 쓰러뜨리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자 그랜트파크와 이탈리아계 다수 거주지 리틀이탤리의 유서 깊은 공원 아리고파크 등에 서 있던 콜럼버스 동상을 야간에 비공개 장소로 옮겼다.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원고는 소장에서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58·민주)은 당시 '시위대와 경찰 모두에게 위험한 무단 철거 시도를 막고 공공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임시 조처'라며 동상 철거를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우리는 이를 '일시적인 조처'로 믿었다. 이제 동상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리고파크의 콜럼버스 동상은 시카고 만국박람회가 개최된 1893년에, 그랜트파크 동상은 시카고시 설립 100주년을 맞은 1933년에 각각 설치됐다.
원고는 "특히 아리고파크 동상과 관련해서는 시카고 당국이 1973년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기리기 위해 서면 승인 없이는 변화를 주거나 철거할 수 없도록 한 합의문에 서명했다"며 독단적 철거는 합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로널드 오네스티 JCCIA 회장은 "훼손에 대한 배상 책임은 묻지 않겠다. 해명이나 사과도 필요 없다. 단지 동상만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놔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시 당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꾸준히 의사소통하면서 긍정적인 자세로 기다렸으나 최근 시카고 시장실과 공원관리국 모두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할 수 없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JCCIA는 오는 25일 아리고파크에서 '이탈리아계 단합의 날' 행사를 열고 콜럼버스 동상 복구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시카고 시 당국은 "소장부본을 송달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트풋 시장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시카고 기념물 프로젝트' 자문위원회가 시내에 설치된 상징적 기념물들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특정 동상 또는 벽화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가치를 반영하고 풍부한 역사와 다양성을 제고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지역사회 및 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한 최종 심의 결과가 나오면 위원회 권고사항을 요약한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 첫발을 내디딘 탐험가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인물'로 기념됐다. 하지만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라는 주장이 일면서 미국 곳곳에 서 있던 동상이 반달리즘 대상이 되거나 철거되는 수난을 겪었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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