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부족 등 코로나19 대응 문제점 지적 신문사·TV 대상
연방 정부는 조사 관여 부인…야권 등 "언론 탄압" 반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을 강하게 비판한 현지 주요 언론사들이 잇따라 기습적으로 세무조사를 당했다.
야권 등은 언론 탄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NDTV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 세무당국은 전날 유력 신문사 다이니크 바스카르의 전국 30여개 지사와 우타르프라데시주 러크나우의 TV 채널 바라트 사마차르에 직원을 보내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집도 수색당했으며, 상당수 직원은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힌디어로 발행되는 다이니크 바스카르는 인도 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신문 가운데 하나다. 하루 발행 부수는 450만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니크 바스카르와 바라트 사마차르는 지난 4∼5월 인도의 코로나19 대확산기에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해왔다.
두 언론사는 의료용 산소와 병상 부족 실태를 고발했고, 코로나19 희생자로 추정되는 갠지스강의 버려진 시신들에 대해서도 집중 보도했다.
다이니크 바스카르의 에디터 옴 가우르는 NDTV에 이번 세무조사는 독립적인 언론을 압박하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우리의 저널리즘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과 언론 사회운동가 등도 "언론의 자유를 압박하기 위한 고의적인 공격"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야권 지도자인 마마타 바네르지 웨스트벵골주 총리는 "이번 조치는 민주주의를 억누르기 위한 잔인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세무당국은 "절차에 따른 업무 수행일 뿐"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설명했다.
연방 정부도 이번 세무조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누라그 타쿠르 정보·방송부 장관은 "우리는 이번 조사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해당 기관이 자신의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힌두 민족주의와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지지 기반을 확대해왔다.
이 과정에서 무슬림 등 소수 집단이나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으로 탄압해왔다고 야권은 지적했다.
와중에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방역 대응과 관련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모디 총리의 지방 선거 유세장과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에 대규모 인파가 '노마스크' 상태로 몰렸지만 이를 방치해 코로나19 확산세를 부채질했다는 점 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편, 지난 5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1만명을 넘을 정도로 크게 폭증했던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은 최근 크게 가라앉은 상태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3만∼4만명대로 줄었고, 4천명을 넘었던 신규 사망자 수도 1천명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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