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 후폭풍 속 美상장 첫 중국 기업…中외환당국, 지방정부 투자 막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패러데이 퓨처가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패러데이 퓨처 측은 일부 차종이 한국 협력업체에서 위탁 생산될 예정이며 향후 한국 생산량을 연간 27만대까지 올리는 방안도 선택지에 있다고 밝혔다.
23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패러데이 퓨처는 22일(현지시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미국 나스닥에 우회 상장했다.
패러데이 퓨처는 이번 상장을 통해 약 10억 달러(약 1조1천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5억 달러(5조1천700억원)에 달했다.
중국 사업가 자웨팅(賈躍亭)이 설립한 패러데이 퓨처는 과거 '중국판 테슬라'로 가장 빨리 성장할 수 있는 회사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창업 후 20억 달러(약 2조3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붓고도 아직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회사는 당초 2019년 가격이 20만 달러 이상인 고급 차종 FF 91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자금난으로 생산 일정이 계속 지연됐다.
패러데이 퓨처의 사업이 정체된 사이 '중국판 테슬라'의 지위는 양산에 성공해 본격적인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 웨이라이(니오), 샤오펑(엑스펑), 리샹(리오토) 3사가 차지했다.
패러데이 퓨처는 이번 상장으로 확보된 자금을 이용해 FF 91, FF 81 등 주력 차종 생산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패러데이 퓨처는 상장과 동시에 12개월 내 인도 조건을 제시하면서 FF 91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플래그십 제품인 FF 91은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핸퍼드 공장에서 제작하되 가격이 7만 달러에서 시작할 크로스오버 차량인 FF 81은 한국 협력사인 엠에스오토텍에 맡겨 생산할 계획이다.
가격대로 봤을 때 FF 91은 벤츠 마이바흐나 롤스로이스 같은 최고급 차종과, FF 81은 테슬라의 고급 제품인 모델S와 모델X와 각각 경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슨 브라이트필드 패러데이 퓨처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30개월 후 한국의 계약사인 엠에스오토텍이 만드는 FF 81이 출시될 예정"이라며 한국 생산량을 27만대까지 늘리는 선택 방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패러데이 퓨처 생산 차량에는 LG 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들어간다고 패러데이 퓨처 측은 공개했다.
한편, 패러데이 퓨처의 이번 미국 상장은 디디추싱(滴滴出行)의 미국 상장이 몰고 온 후폭풍 속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디디추싱과 같은 기술기업의 미국 상장을 강력하게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이후 중국 기술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에 주된 사업체가 있는 웨이라이, 샤오펑, 리샹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달리 패러데이 퓨처는 당초부터 국제화를 염두에 두고 본사와 주력 생산시설을 미국에 뒀다는 점에서 다소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중국 당국이 패러데이 퓨처의 미국 상장을 민감하게 보고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패러데이 퓨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건에서 "당초 중국의 한 '일선 도시'가 1억7천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외화관리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차이신(財新)은 업계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이 '일선 도시'가 광둥성 주하이(珠海)시라고 보도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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