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변인 "미중관계, 상호존중 바탕…셔먼 카운터파트너는 셰펑"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미국을 향해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설교하지 말라"며 25∼26일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담의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중관계는 경쟁에 기반을 둔 관계'라는 네드 프라이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중국을 경쟁 상대로 정의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것으로 양국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에 설교하거나 이래라저래라 말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한 뒤 "이러한 수법은 앵커리지에서도 통하지 않았고, 톈진(天津)에서는 더욱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앵커리지는 올해 초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및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1시간 넘게 공개 설전을 벌인 곳이고, 톈진은 25∼26일 셔먼 부장관이 왕이 부장 등과 만나기 위해 방문하는 도시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과 모독을 중단하고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멈추는 것이야말로 양국관계의 가드레일"이라며 "미중관계는 상호존중과 평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오 대변인은 또 셔먼 부장관의 카운터파트너(회담의 상대방)는 셰펑(謝鋒) 외교부 부부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회담은 중국 외교부에서 미중관계를 주관하는 셰펑 부부장이 담당한다"며 "미국이 여러 차례 중국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관례에 따라 셰평 부부장과의 회담에 이어 왕이 부장이 셔먼 부장관을 만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셔먼이 국무부의 2인자이고, 셰펑은 서열 5위(부부장 가운데 4번째)에 해당하나 차관격인 부부장으로서 맡은 업무 영역이 대미 관계이기에 그가 셔먼의 정식 카운터파트라는 말이었다. 이 같은 설명은 외교부 수장인 왕이 부장이 미국 부장관과 만나는데 대해 자국 안팎에서 '중국이 한 수 접었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음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 확정에 앞서 미국은 국무부 2인자인 셔먼 부장관의 카운터파트너로 중국 외교부 수석 부부장인 러위청(樂玉成) 부부장이 나오길 희망했으나 중국이 서열 5위인 셰펑 부부장을 내세우면서 양국이 한동안 '기 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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