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업계 면담서 고삐죄기 주문…금리·한도 조절 불가피
"스스로 안되면 규제 강화"…DSR 규제 일원화·카드론 조기 적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연숙 기자 =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가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공개적으로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잇달아 금융사·협회와 면담을 하고 고삐 죄기를 주문하자, 업계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저축은행,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상호금융 금융사·협회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금융감독원도 이달 초부터 각 금융사, 협회들과 잇따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각사가 세운 가계대출 증가 목표율을 준수할 것을 당부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제2금융권에도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각 업권 협회 주도로 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정부의 우려를 전달해달라고 했다"며 "정부 규제가 강화되기 전 스스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목표로 잡은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연 5∼6%, 내년 4% 수준이다. 이를 위해 대출 규모가 큰 은행권 위주로 규제를 강화해왔다.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 효과를 누리며 영업을 확대하고, 지나치게 가계대출을 늘려왔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특히 주목하는 곳은 저축은행과 농협상호금융이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63조3천억원이다. 증가율 연 6%를 맞추려면 증가액을 91조원 아래로 맞춰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중 제2금융권의 증가액은 21조6천억원이다. 2019년 상반기에 3조4천억원, 2020년 상반기에 4조2천억원이 늘었던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저축은행에서 4조4천억원, 농협에서 8조1천6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각각 1조7천억원 증가, 3천900억원 감소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지난 5월에도 각 저축은행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작년과 같은 21.1%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보낸 바 있다.
당국의 거듭된 경고에 금융사들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농협은 23일 가계대출 점검 회의를 열고 관리방안을 논의했다. 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관리하기로 하고, 지역본부에도 철저한 관리를 주문했다. 또 신규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별로 차이가 크지만, 심한 곳은 증가율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엔 대출 금리와 한도를 조절하고 특히 신용대출 위주로 검토가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금리는 높이고 한도는 낮추는 등 대출을 받기 더 까다로워질 것이란 얘기다.
금융당국은 일단 자율관리를 주문한 만큼 7월 증가세를 지켜보며 추가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규제 강화 카드가 나올 수 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미 지난 15일 공개적으로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고 판단할 경우 은행권·비은행권 간 규제차익을 조기에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현재 은행권 40%·비은행권 60%가 적용되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일원화하고, 내년 7월까지 DSR 규제가 유예된 카드론의 적용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2금융권에는 애초 가계 증가율 목표치를 적게 허용해 성장을 제한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은행에서 받아주지 않는 저신용자, 저소득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에 신용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지만 자산 가격 버블 우려로 오히려 축소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며 "경제성장률 등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정상화를 준비해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tree@yna.co.kr,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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