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 또 정국 혼란…총리 해임·의회 정지

입력 2021-07-26 08:22   수정 2021-07-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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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 또 정국 혼란…총리 해임·의회 정지
'코로나 대응 실패' 반정부 시위 속 사이에드 대통령 전격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아랍의 봄' 발원지였던 북아프리카 튀니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민생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 속에 총리가 해임되는 등 또다시 정국 혼란에 빠졌다.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히셈 메시시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킨다고 발표했다고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에서 "헌법은 의회 해산을 허용하지 않지만 그 기능이 정지되도록 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며 이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튀니지 헌법 제80조는 "임박한 위험"이 있을 때 의회 기능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하는 새 총리의 도움을 받아 행정권을 넘겨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회 정지에 따라 의원들에 대한 면책 특권도 사라지게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이에드 대통령의 발표가 나온 뒤 군용차량들이 의회 건물을 에워쌌다.
제1당인 온건 이슬람 성향의 엔나흐다는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사이에드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헌법, 엔나흐다 당원들, 튀니지 국민에 반하는 쿠데타"라고 비판했다고 AFP가 전했다.
튀니지는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민중 봉기의 발원지로 중동에서 드물게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꼽혀왔다.
아랍의 봄 이후 처음으로 2018년 5월 지방선거가 실시됐고, 2019년 10월 민주적 선거를 통해 사이에드 대통령이 당선됐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을 비롯한 경제난, 정치적 갈등, 부패에 대한 국민 불만이 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민생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튀니지는 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 지금까지 1만8천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대통령이 의회 정지와 총리 해임을 발표한 이날에도 수도 튀니스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처 실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됐다.
튀니스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의회 앞에 모여 제1당 엔나흐다와 총리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또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의회 정지와 총리 해임 발표가 나오자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영했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대치하는 와중에 취재 기자가 부상하고 일부 시위대가 체포되기도 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위선과 배반, 시민권 강탈에 속았다"며 "누구든 무기에 의존하고 총알을 쏘려 한다면, 군이 총알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y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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