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 태워 유치원까지 '에스코트'
유치원 앞에 도열해 노란 장미도 건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 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좋은 아침이야" "좋은 하루가 되길 바래" "첫 등교를 즐기렴"
27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아침 애리조나주(州) 챈들러시(市)의 한 유치원 입구에는 제복을 갖춰 입은 20명 안팎의 경찰과 재향 군인 등이 5살 여자아이 줄리아나 키너드에게 노란 장미를 한 송이씩 선사하며 첫 등교를 축하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3년 전 숨진 줄리아나 아빠의 동료인 이들은 가정을 벗어나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아이에게 그의 아빠를 대신해 특별한 첫날을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모인 것이다.
노란 장미를 선물한 것도 '영원한 사랑' '변치 않는 우정'의 꽃말을 고려한 듯했다.
현장에 나온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경찰과 길버트시 경찰, 재향 군인 등은 모두 줄리아나 아빠가 생전 업무적으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었다.
경찰은 앞서 순찰 오토바이 2대를 앞세워 줄리아나를 태운 차를 호위해 유치원까지 왔다.
경찰차를 타면서 이미 노란 장미를 한 송이 받은 줄리아나는 차에서 내린 후 유치원 정문 양옆으로 도열해있는 어른들에게 다가가 다시 노란 장미를 한 송이씩 더 받았다.
환한 웃음과 다정한 인사말을 받은 그는 노란 장미를 손에 가득 쥔 후 종종걸음으로 유치원 교실을 향했다.
줄리아나는 "유치원 첫날인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해병대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그의 아빠 조슈아 키너드는 전역 후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으면서도 마리코파 카운티 경찰의 교도관으로 근무하다 2018년 총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길버트시 경찰은 조슈아가 자택에서 PTSD에 따른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조슈아는 20분간 실랑이를 벌이며 총을 꺼내 경찰과 대치하다 총을 맞았다.
그의 약혼자 매기 존스는 "그가 전쟁의 아픈 기억들과 함께 돌아왔다"면서 "PTSD는 계속 심해지고, 심해져 결국 비극이 발생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존스는 PTSD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조슈아 키너드 재단'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존스는 "조슈아가 죽었을 때 여러 동료가 '딸의 인생에서 이정표가 될 순간에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해주었다"면서 "바로 줄리아나가 교육을 받는 최초의 순간을 함께 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딸에게 항상 아빠는 죽지 않았으며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PTSD 파운데이션 오브 아메리카의 아담 비글로는 "누구도 부모를 잃는 일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이 가족에 대한 지역사회의 봉사가 다른 가족들에게도 깨달음을 주길 바란다"고 이번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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