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패배 후 남자친구 겸 코치가 종이에 메시지 적어 청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르헨티나 여자 펜싱 선수가 경기 패배 후 생방송 인터뷰 중에 17년 사귄 남자친구 겸 코치로부터 깜짝 청혼을 받았다.
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방송 TyC스포츠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아 벨렌 페레스 마우리세(36)는 전날 일본 지바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32강에서 헝가리 선수에 패했다.
경기 후 그가 아르헨티나 TyC스포츠와 인터뷰를 하던 중에 뒤쪽에서 루카스 사우세도 코치가 종이 한 장을 펼쳐 들고 카메라 쪽으로 들어왔다.
먼저 발견한 기자가 웃음을 터뜨리며 선수에게 뒤를 돌아보라고 했고, 어리둥절한 채 돌아본 그는 "나랑 결혼할래?"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남자친구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페레스 마우리세는 무릎까지 꿇은 남자친구에게 고개를 끄덕여 청혼을 받아들인 뒤 기쁨의 눈물 속에 남자친구와 함께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는 "(청혼 문구를 본 순간) 모든 걸 잊었다"며 "우리는 서로 많이 사랑하고 있고 남은 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가 바비큐 파티로 기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레스 마우리세와 17년째 사귀고 있는 사우세도는 201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한 차례 청혼했다. 그때 페레스 마우리세는 "지금은 너무 어리다"며 거절했다.
11년 만의 재시도는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었다. 경기 후 그는 자원봉사자에게 올림픽 배지를 주고 종이 한 장을 받아 급히 메시지를 적었다.
깜짝 청혼으로 여자친구가 패배의 아픔을 잊게 한 사우세도는 "경기에서 이겼더라면 다음 기회를 기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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