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발전포럼…"현행 노동관계법, 공장 생산체제에 맞춰져…제도·현실 조화돼야"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전통적인 산업구조를 흔드는 가운데 새로운 노동관계법과 노사 문화를 통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4차 산업혁명 대응 노사관계 발전 방향'을 주제로 온라인으로 진행한 제12회 산업발전포럼 겸 제17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AI와 로봇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존 산업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노동 시장의 변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후코쿠 생명보험이 IBM의 AI 플랫폼 왓슨을 보험료 산정에 활용하면서 직원 수를 줄였다고 언급하며 자율주행차 보급으로 화물차와 택시 운전자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기존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술 혁신으로 생산 공정이 간소화되고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는 등 산업현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노동관계법이 경직된 탓에 이같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승렬 어고노믹스 대표는 주제발표에서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거대 통신 기업들이 애플의 등장으로 수년 만에 몰락했듯, 디지털 기술은 산업구조의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수직적인 부품공급 체계로 안정돼 있던 수익 구조가 테슬라와 같은 신생 기업이나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들로 인해 재구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통적 산업체계에 머무르고 있는 대다수 기업은 아직도 과거의 관행과 기술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규직과 정년퇴직을 기반으로 하는 노사 관계는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노동 형태의 등장과 함께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현행 노동관계법이 여전히 공장 생산체제에 맞춰져 있어 경직적이고 획일적이라고 꼬집으며 최근 산업구조와 고용 형태가 변화함에 따라 제도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고유한 노사문화와 조직 형태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해 규범과 현실이 조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임금의 경우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는 임금·평균임금·통상임금의 개념이 따로 구분되지 않고 있으며 연장근로에 대해 25% 이상의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 독일도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의 개념이 없으며 가산임금은 노사 자율협약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근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최저임금과 관련한 주제발표에서 전체 근로자의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우리나라는 61.3%인 반면, 독일 48.2%, 일본 44.1%, 미국 29.8%, OECD(29개국) 평균 54.2% 등으로 우리보다 낮다고 분석했다.
또한 공휴일과 유급휴일 등을 제외한 실 근무일수가 연간 230일도 채 되지 않아 중소기업의 경우 실제 시간당 인건비가 1만5천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임금 결정의 핵심 변수 중 하나인 기업 경영상황과 시장 여건 등 실물경제 지표를 도외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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