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부동산 정책 담당 기관장들이 총출동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기필코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홍 부총리가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데 이어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 공급 계획,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계 부채 관리 대책, 김창룡 경찰청장이 부동산 투기 사범 단속 방안에 관해 각각 설명했다. 기관장들의 발표를 요약하자면 주택 공급은 충분하지만,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와 투기 수요, 불법 거래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으므로 이 같은 시장 교란 요인들을 억제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불안감에 의한 추격 매수'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우리 부동산시장 참여자 모두, 아니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 등이 발표한 내용은 종전과 비교해 공급 대책에 좀 더 무게가 실린 것을 제외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유지해온 문제 인식이나 처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4대 시장 교란 행위'라고 지목한 부동산 투기 비리·부정 청약·기획부동산 투기 등을 척결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에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들이려는 필부필부의 조급함이 주택 가격 상승 폭을 더욱 키웠으며, 따라서 가계 대출을 엄격히 관리해야겠다는 방침도 일리가 있다. 수도권 신도시 개발과 도심 공공개발 등을 통해 청년·신혼부부·1인 가구 등의 다양한 수요까지 아우르는 공급 대책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데 토를 달기는 어렵다. 정부가 집값 급등이나 전세 불안에 대해 사과하고 이와 비슷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매번 실패로 돌아갔던 공허한 다짐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서 250여 년 역사의 근대 경제학 주류가 결론을 내린 대로 시장의 큰 흐름을 결정짓고 경제를 돌아가게 만드는 주된 동력은 더 나은 삶과 더 큰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건설업체와 지주에게 개발이익이 돌아간다고 해서 민간 개발사업을 억제하고 공공사업에 과도하게 주력한다면 제대로 된 주택 공급 정책이라고 하기 어렵다. 강남 초고가 아파트단지의 재건축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더 많은 이익을 노려 재건축 조건 완화를 요구하며 버티는 집주인들의 이기심도 하나의 원인이 됐겠지만, 이들 단지의 재건축 지연은 최고급 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결정적 수단을 제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강남에서 시작되는 부동산 가격의 앙등이 전국으로 번져가는 패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공공 위주의 주택 공급 정책이 모든 면에서 바람직한 것만도 아니다. 공공의 비효율성은 차치하더라도 대규모 개발에 따른 지가 급등과 토지 수용에 풀린 돈의 주택 시장 재유입은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된다. 직장과 주택의 거리가 멀어지는 데 따른 교통, 환경 측면의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LH 사태'에서 보듯 극소수만 접근할 수 있는 대규모 공공개발 정보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공공에 대한 과도한 의존 못지않게 규제 일변도의 정책 역시 많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현 정부 들어 주택의 취득·보유·판매 전 단계에 걸쳐 세금이 엄청나게 강화됐지만, 그것이 특효약이 아니라는 점은 수도권과 지방을 번갈아 가며 4년 내내 줄기차게 오르기만 했던 집값이 잘 말해 준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며 내놓은 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고통만을 안겼을 뿐 정작 전셋값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원성도 높다. 집값 수요 억제를 위한 대출 규제는 대다수 실수요자의 집 살 기회를 빼앗는 대신 현금 부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를 확대해주는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20차례 이상 나왔던 각종 대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각각의 대책이 불완전하거나 일련의 대책들이 서로 모순된 것은 아닌지, 나아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아닌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더 넓은 집,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이왕이면 장차 차익도 남길 수 있는 집을 사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이 때로는 부딪치고 때로는 조화를 이루면서 흘러가는 시장의 작동 원리를 인정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