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팀 "동물 세계에도 공유하는 공동 의사결정 과정 존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몸의 크기나 운동 능력이 다른 개체들이 모여 집단 생활하는 개코원숭이는 어떻게 이동할 때 흩어지지 않고 응집된 무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개코원숭이들은 자기 운동 능력과 관계없이 주변 개체와 보조를 맞춰 이동하는 방식으로 무리 형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 연구소 메그 크로풋 박사팀은 28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서 야생 개코원숭이 무리에 GPS 추적기와 가속도계를 부착해 움직임을 분석, 개코원숭이들이 바로 옆 개체의 걸음에 보조를 맞춰 이동속도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야생 영장류에 처음으로 웨어러블 기기와 비슷한 GPS 추적기와 가속도계를 부착해 집단 내 개체들의 운동을 추적한 것으로, 자연 서식지에서 집단으로 살아있는 동물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케냐 음팔라 연구센터에서 무리 생활을 하는 야생 개코원숭이 25마리에 GPS 추적기와 가속도계를 부착, 이들의 이동장소와 각 개체의 이동 속도, 걸음 수 등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로이 하렐 박사는 "아기와 함께 걸어본 사람은 신체적 능력이 다른 사람과 함께 걷는 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며 "야생동물 무리에서 이런 현상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에는 이를 추적할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수집된 1천만개 이상의 GPS 데이터와 1억2천만개 이상의 가속도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개코원숭이들은 몸 크기에 따라 선호하는 걸음 속도가 다름에도 무리 지어 이동할 때는 옆 개체에 맞춰 자기 속도를 조절, 전체 무리가 흩어지지 않고 응집 형태를 이루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다리가 긴 큰 수컷은 보폭이 커 평소 이동 속도가 빠르지만 이동할 때 무리가 흩어지게 되면 걸음 속도를 늦춰 새끼나 몸이 작은 개체들에 맞추고, 몸이 작은 개체들은 평소보다 빨리 걸어 전체적으로 무리가 다시 뭉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힘이 지배하는 동물 세계에도 어떤 민주적인 절차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평소 우두머리 수컷이 다른 개체에 지배적인 힘을 행사하지만 집단 이동 같은 상황에서는 모든 개체가 공유하는 공동 의사결정 과정 같은 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 개체가 소모하는 에너지 측면을 보면, 역시 어리거나 몸이 작은 개체의 희생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체별 에너지 소모량을 추정한 결과 집단생활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어리고 몸이 작은 개체가 소모하는 에너지가 다른 개체보다 크다는 것이다.
하렐 박사는 "몸집이 작은 개체들은 집단의 응집을 유지하기 위해 불균형적으로 큰 비용을 지불한다"며 "이는 이들이 집단 구성원 자격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것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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