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팀 선수로 4명 출전…남수단 다음으로 많아
이란 언론 "개인의 잘못된 선택…다시 돌아와야"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국적을 바꿔 히잡을 벗고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이란 여성 선수들이 눈길을 끈다.
강고한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이 의무적으로 히잡을 쓰도록 했다.
이슬람권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외출 시 여성이 무조건 히잡을 쓰는 곳은 이란이 유일하다.
이란 여성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23)는 이번 올림픽에 난민팀으로 출전했다.
알리자데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히잡을 쓰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란이 1948년부터 올림픽에 참가한 이후 전 종목을 통틀어 여성 선수로는 68년 만에 처음 획득한 메달이었다.
도쿄올림픽에서 히잡을 벗은 그녀는 여자 57㎏급 첫 경기에서 이란 대표팀 나히드 키야니찬과 맞붙었다.
알리자데는 히잡을 쓰고 출전한 예전 동료를 18-9로 눌렀다.
이후 16강전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세계랭킹 1위 제이드 존스(영국)를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알리자데는 아쉽게도 4강전에서 패해 최종 4위로 이번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그녀는 지난해 1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는 이란에서 억압받는 수백만의 여성 중 하나"라고 밝혔고, 독일로 가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녀는 "우리(여성 선수)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라며 "그들은 내 메달을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히잡에 집어넣었고 자신의 공으로 돌려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내 메달을 이용하면서도 동시에 '다리를 그렇게 쭉쭉 뻗는 것은 여자의 덕목이 아니다'라고 모욕했다"고 털어놨다.
도쿄올림픽 난민 대표팀은 11개 국가 출신 29명의 선수로 이뤄져 있다.
이들 중 이란 출신 선수는 4명으로, 내전을 겪는 남수단 출신 다음으로 많다.
디나 푸유네스(태권도), 사이드 파줄라(카누), 하문 데라프시푸르(카라데)도 알리자데 처럼 이란을 떠나 도쿄올림픽 난민팀에 합류했다.
이란에서 태어난 수영선수 마리암 셰이크 알리자데는 이번 올림픽에 국적을 바꿔 아제르바이잔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 체육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이란의 젊은 여성들이 감수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어떤 선수도 이 정도의 압박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28일(현지시간) 알리자데의 메달 획득 실패를 두고 "많은 예산으로 국가가 투자했으나 개인의 잘못된 선택이 모든 것을 망쳤다"면서 "하지만, 지금이라도 돌아온다면 그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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