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 러시아 야권 융단폭격…나발니 투옥뒤 '푸틴 대항' 실종

입력 2021-07-29 10:44  

총선 앞 러시아 야권 융단폭격…나발니 투옥뒤 '푸틴 대항' 실종
WSJ, 반정부 목소리 겨냥한 '전례없는 탄압' 지적
"푸틴, 여론·미국압박 신경끄고 철권통치 자신감"
반체제단체는 테러조직…야당인사 출마 막고 망신주기 수사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총선이 다가오면서 러시아 당국이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압박을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9월 선거를 앞두고 푸틴 정권은 야당인사들과 언론을 강하게 통제하고 인권단체들을 줄줄이 해산시키며 체제 수호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반체제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구금 이후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대항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특히 푸틴 대통령에게 대항하는 단체를 극단주의 조직으로 지정, 대대적인 압박전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통신·정보기술·매스컴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이 검찰의 요청에 따라 나발니의 반부패재단 등의 웹사이트 들을 모두 차단해버렸다. 법원은 나발니의 반부패재단과 그 후신인 시민권리보호재단,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인 나발니 본부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한 바 있다.
푸틴 체제에 대항하는 시민단체를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와 동급으로 본 것이다.
지난 석 달 간 러시아 당국은 최소 17개 언론단체 또는 기자를 외국의 앞잡이라거나 위험인물로 규정해 중단시키거나 활동에 대폭 제약을 가했다고 WSJ은 전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오픈 러시아'는 지난 5월 러시아 내에 있는 활동가들이 기소될 것을 우려, 러시아 내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은 반체제단체뿐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야당 인사들에 대한 망신주기식 수사와 출마 금지 조처도 이어나가고 있다.
2018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대항해 12%를 득표한 공산당 정치인 파벨 그루디닌은 검찰이 그가 외국기업에 지분을 보유했다고 발표한 뒤 9월 총선 출마가 금지됐다.
하원의원을 지낸 드미트리 구드코프도 올해 초 나발니 지지 시위에 참석한 뒤 출마가 금지됐다. 러시아 검찰은 구드코프의 숙모가 소유한 건물과 관련해 6년 전 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것을 트집 잡아 그를 기소했다.
구드코프는 결국 러시아 당국의 괴롭힘을 피해 지난달 불가리아로 도피했다.
현재 푸틴 정권의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은 지금까지의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지적이 많다.

인권운동가 발렌티나 데크티야레코는 "이번 선거는 반정부단체와 미디어, 활동가들을 청소해버리려는 구실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위협을 전혀 느끼지 않고, 선거를 앞두고 대중을 달래는 것에도 관심이 없을 만큼 자신감에 차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비영리 싱크탱크 탈산업사회연구소의 블라디슬라프 이노젬셰프 소장은 WSJ에 "현 상황은 푸틴이 현재 자신에 대해 매우 확신에 차 있으며 강제력에 의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푸틴은 정권과 시민사회 간에 거래를 할 필요성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탄압을 피해 외국으로 무대를 옮겨 활동하는 단체나 개인들은 총선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WSJ는 그러나 구드코프 등 반체제 인사들은 푸틴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을 밀고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그런 대항 후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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