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지난해 1~5월 트위터 게시글 1억건 분석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초기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로클로로퀸'이 코로나19 특효약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SNS에 확산한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 역할이 가장 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신시내티대학 제프리 블레빈스 교수팀은 29일 과학저널 '소셜미디어 + 사회'(Social Media + Society)에서 지난해 1~5월 '하이드로클로로퀸' 관련 트위터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이 시기에 가장 영향력이 컸던 계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초 치료법에 관해 과학계도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트위터 등 SNS에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로클로로퀸이 코로나19 특효약이라는 정보가 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혼란이 빚어졌다. 결국 치료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미국에서는 이들 약품의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복용한 사람이 죽거나 입원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연구팀은 과학계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이런 잘못된 정보가 SNS에 확산하며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친 과정을 밝혀내기 위해 지난해 1월 21~5월 21일 트위터에 올라온 1억 건 이상의 관련 게시글과 게시자들 간 상호 작용(좋아요·싫어요·리트윗)을 분석했다.
블레빈스 교수는 "연구에서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와 가짜정보(disinformation), 헛소리(b.s.)를 명확히 구분하려 했다"며 "가짜정보는 속이려는 의도로 만든 허위 정보이고, 잘못된 정보는 사실이 무엇인지 모르는 데서 발생하는 틀린 정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드로클로로퀸은 당시 과학계에서 일부 치료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증거도 제시됐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 범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분석 결과 이 기간 SNS에서는 과학과 정치가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정보 제공자로서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의 원출처가 아님에도 가장 영향력이 큰 목소리로 작용하면서 잘못된 정보 확산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하이드로클로로퀸을 복용했고 아무 부작용도 없다는 글을 올리고 이런 내용을 폭스뉴스와 트럼프 지지자들이 주고받으면서 잘못된 정보가 확산했으며, 이는 이 문제를 의학적 이슈가 아닌 정치적 이슈로 변질시켰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블레빈스 교수는 "소셜미디어에서는 널리 유행하는 내용을 신뢰할만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유통되는 메시지 양이 많다거나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사실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언론매체들은 팩트 체킹에서 잘못된 생각을 가진 의사나 음모론 단체 같은 원출처보다는 대통령에게 집중하면서 잘못된 정보가 애초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놓쳤다"며 "이 때문에 진실에 대한 실질적인 토론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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