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대변인·의전장 맡아 시진핑 보좌…대미경력 일천한 유럽통 의외발탁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입' 역할을 했던 친강(秦剛·55) 외교부 부부장이 신임 미국 주재 중국대사로 부임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친강 신임 주미대사가 미국에 도착해 주미공사와 주 뉴욕 총영사 등의 환영을 받았다고 밝혔다. 친 대사는 뉴욕으로 입국해 부임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대사의 후임인 친 대사는 1979년 미중수교 이래 중국의 제11대 주미대사가 됐다.
친 대사는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에서 "중국과 미국은 모두 세계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대국"이라며 "수교 이래 지난 40여년 동안 중미 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 과정은 극히 평범치 않았다"고 밝혔다.
친 대사는 이어 "새로운 역사적 기로에 서서 양국은 시대의 발전 조류와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대에 순응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며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협력해 윈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인들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길 멈출 수 없고, 인민의 행복을 위한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분투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은 확고하게 평화적 발전의 길을 갈 것이며 세계 평화의 건설자, 전세계 발전의 공헌자, 국제 질서의 수호자가 될 것이고, 세계 각국과 손을 잡고 인류운명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톈진(天津) 출신으로 1988년 외교부에 입부한 친 대사는 공사직을 수행한 것을 포함, 재외공관은 주 영국대사관에서만 3차례 근무하고, 본부 근무때도 서구사(西歐司·유럽국)에 2차례 근무한 유럽통이다.
2005∼2010년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초기를 포함하는 2011∼2014년에 두차례 걸쳐 외교부 대변인을 맡았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국 입장을 강경하게 표명하는 발언들로 대변인 시절 '전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일례로 2009년 11월12일 대변인 브리핑때 그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만날 뜻을 밝힌데 대해 "링컨의 노예해방과 중국이 1959년 봉건 농노제 사회였던 티베트를 해방시킨 것은 형식과 이치에서 다를 바가 없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 대통령으로서 농노제 폐지와 노예 해방이 갖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외교부 예빈사 사장(한국의 외교부 의전실장에 해당)을 맡아 시 주석의 외교활동때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2018년부터 외교부 부부장(차관)으로서 주로 유럽 문제를 담당해왔다.
미국 근무 및 대미외교 경력이 거의 없는 친 대사의 주미대사 발탁은 베이징 외교가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중국 정부의 입 역할을 하는 외교부 대변인과 시 주석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의전 담당자로 일하는 동안 시 주석의 신뢰를 얻은데 따른 인선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미국이 정치·경제·군사·인권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시기에 미국에 부임한 그가 '물밑외교'를 통해 갈등을 막후에서 조정하는 역할보다는 시 주석의 강경한 대미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는 역할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다.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친 대사는 많은 외교 현장과 해외 순방에 시 주석을 수행했다"며 "그는 중국의 정책결정권자 그룹과 가까워 중미관계와 중국의 외교를 보다 높고 큰 관점에서 볼 줄 안다"고 평가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