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운동신경 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치명적인 질환인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일명 루게릭병 치료제인 릴루졸(Riluzole)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0년 동안 루게릭병 치료제로 사용되어온 릴루졸은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보내는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를 조절한다.
글루타메이트 조절이 안 되면 치매 발생과 연관이 있는 신경독성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발견 재단(ADDF: 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 연구실장 하워드 필리트 박사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50명(50~90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2상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29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엔 릴루졸을, 다른 그룹엔 위약(placebo)을 하루 2번씩 6개월간 투여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특수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FDG PET)으로 뇌의 포도당 대사를 측정하고 인지기능 테스트도 시행했다.
PET 영상 분석에서는 릴루졸 그룹과 대조군 사이에 뇌의 포도당 대사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릴루졸 그룹은 치매와 관련된 핵심 부위로 기억력과 주의력을 관장하는 후대상 피질(posterior cingulate)을 비롯, 뇌의 여러 부위에서 포도당 대사가 유지됐다.
포도당 대사의 변화는 신경심리 검사와 신경영상 생물지표로 측정한 기억력, 주의력, 언어기능, 시공간 지각 등 인지기능의 변화와 연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공명분광법(MRS: magnetic resonance spectroscopy)으로 측정한 글루타메이트의 변화도 인지기능의 변화와 연관이 있음이 확인됐다.
부작용은 릴루졸 그룹과 대조군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는 3상 임상시험으로 넘어가기에 충분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루게릭병은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로 점차 소실되면서 근력 약화와 근육 위축으로 언어장애, 사지 무력, 체중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나다가 결국 호흡 기능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2~5년. 완치 방법은 없다. 현재의 치료법은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위축된 근육 기능을 유지 또는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루게릭병이란 명칭은 1930년대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루 게릭이 38세의 젊은 나이로 이 병에 걸려 사망하자 그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뇌 과학 전문지 '뇌'(Brain)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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