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행성' 남극 극관 밑 호수 실체는 "진흙일 수도"

입력 2021-07-30 15:57  

'붉은행성' 남극 극관 밑 호수 실체는 "진흙일 수도"
화성에 흔한 진흙 '스멕타이트'도 물과 같은 레이더 신호 입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행성' 화성의 남극을 덮은 얼음인 '극관'(polar ice) 아래에 거대한 호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지만 액체 상태의 물을 담은 호수가 아니라 진흙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선임연구원 제프리 플라우트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남극 극관 아래 호수 존재설을 뒤엎는 논문 3편을 미국지구물리학회가 발행하는 격주간 학술지 ' 지구물리학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극관 밑 호수 존재설은 지난 2018년 이탈리아 국립 천체물리학연구소(INAF)의 로베르토 오로세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궤도선 '마즈 익스프레스'(Mars Express)에 장착된 레이더 장비인 '화성 표면 아래 및 전리층 음향 첨단 레이더'(MARSIS)로 관측한 자료에서 극관 아래에 호수가 존재하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제기됐다.



얼음과 바위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MARSIS의 레이더 신호는 물질에 따라 반사되는 신호가 바뀌는데, 극관 아래서 특별히 밝은 신호가 포착됐으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액체로 된 물은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라 극관 밑 호수 존재설은 과학계의 큰 관심을 받아왔으며, 호수의 존재를 보여주는 비슷한 연구 결과가 이어져 왔다.
오로세이 박사와 함께 MARSIS 공동 연구책임자를 맡은 플라우트 박사는 그러나 레이더 신호를 액체 상태의 물로 해석한 것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5년간 남극 극관을 대상으로 수집한 MARSIS 레이더 신호 4만4천여건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호수 존재설의 근거가 된 레이더 신호들이 표면과 가까운 곳에서 나온 것이라, 화성에서 흔히 발견되는 소금으로 빙점을 낮춰줄 수 있는 과염소산염(MICIO₄)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해도 물이 액체 상태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혀냈다.
또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카버 비어슨 박사는 진흙과 금속함유 광물, 염빙(鹽氷) 등도 오로세이 박사팀이 포착한 것과 비슷한 레이더 신호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제시한 논문을, 요크대학의 지구·우주과학 조교수 아이삭 스미스 박사는 화성에 흔한 '스멕타이트'(녹점토)로 불리는 진흙을 이용한 실험으로 이를 실증하는 논문을 각각 냈다.
스미스 박사팀은 레이더 반응 신호를 측정할 수 있게 고안된 실린더에 스멕타이트를 담은 뒤 액화 질소를 이용해 실험 온도를 화성의 남극과 비슷한 영하 50도까지 낮춰 레이더 신호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오로세이 박사팀이 포착했던 것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레이더 신호를 얻어냈으며, '화성정찰궤도선'(MRO) 관측 자료를 통해 레이더 신호가 포착된 주변에서 스멕타이트가 존재하는 점도 확인했다. 분광 이미지를 통해 광물 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인 MRO의 크리즘(CRISM)은 얼음 밑까지 분석할 수는 없지만 극관 주변에 스멕타이트가 산재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MARSIS에 포착된 밝은 레이더 신호가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탐사선이 화성의 남극에 내려 수 킬로미터를 파 내려가지 않고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액체로 된 물의 존재보다는 더 논리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플라우트 박사는 이와 관련, "행성 과학에서는 진실에 조금씩 다가서게 된다"면서 "원래 논문은 (레이더 신호로 포착된 것이) 물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고, 이번 연구 결과는 물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지만 일치된 의견에 이르기 위해 가능한 한 차이를 좁히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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