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새 시금치 한단 1천원↑"…대형마트 7개월째 달걀 1인당 1판 제한
쌀값 1년전보다 19%·배 51%↑…과자·라면값도 줄인상
"장보기 줄이고 재료비 덜 드는 메뉴로 변경"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이영섭 기자 = "상추, 깻잎값이 100g당 1천원씩은 오른 거 같아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 앞.
주말 식사를 준비하려고 장 보러 왔다는 50대 민씨는 잎채소 가격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뉴스에서 채소랑 과일값이 올랐다던데 와보니까 진짜 그렇다"면서 "장보기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 폭염에 뛰는 채소·과일값…"평소보다 적게 사야 할 판"
장바구니에 채소를 담은 다른 고객들도 대체로 같은 반응이었다.
휴가를 다녀온 직후 반찬거리를 사러 왔다는 김모(49)씨는 "온라인에선 시금치가 품절이고, 여기선 한 단 값이 휴가 가기 전보다 1천원 넘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보다 물건을 적게 사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달걀 판매대에는 수급 불안정으로 1인당 판매량을 1판(30개들이)으로 제한한다고 표시돼 있었다. 7개월째 판매 제한이다.
회원카드 발급 시 달걀값을 할인한다는 푯말을 보고 일부 고객은 직원에게 발급 방법을 물었다.
진열된 달걀을 살펴보다가 30개들이 한 판을 집어 든 50대 김씨는 "슈퍼마켓, 백화점, 마트 등을 다 둘러보고 그나마 싼 곳에 왔다"면서 "재룟값이 너무 올라서 요리해 먹는 메뉴를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신선·가공식품 가리지 않고 오름세…사과 10개 3만원
최근 먹거리 가격이 신선·가공 식품을 가리지 않고 잇따라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쌀(20㎏·이하 소매 상품 기준) 가격은 6만1천711원으로 1년 전보다 18.9% 뛰었다.
채소류에서는 양배추(1포기)는 3천329원으로 9.4%, 시금치(1㎏)는 1만8천277원으로 85.4%, 상추(100g) 1천484원으로 9.2% 상승했다.
과일 중에서는 수박(1개)은 2만3천22원으로 26.4%, 참외(10개)는 1만6천191원으로 20.5%, 사과(후지·10개)는 3만2천867원으로 20.9%, 배(신고·10개)는 5만3천407원으로 51.1% 올랐다.
축산물 가운데 계란(특란 중품·30개)은 7천308원으로 42.0% 급등했다. 돼지고기 삼겹살(국산냉장 중품·100g)은 2천520원으로 5.0% 상승했다.
과자와 빵 등 주요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국제 밀가루 가격도 예년보다 껑충 뛴 상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 가운데 곡물 지수는 지난달 129.4포인트로 1년 전보다 33.8%나 올랐다.
FAO 식량가격지수는 1996년 이후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을 모니터링해 5개 품목군(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별로 매월 작성해 발표하는 지수다.
◇ 스팸·라면 등 줄인상…"정부 적극적 물가 안정책 필요"
사정이 이렇자 주요 식품업체들은 최근 가공식품 가격 인상 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오뚜기는 다음 달 1일부터 '진라면' 등 라면 가격을 평균 11.9%, 농심은 같은 달 16일부터 '신라면' 등 라면값을 평균 6.8% 인상한다.
해태제과는 다음 달 1일부터 '홈런볼', '맛동산', '버터링' 등 대표 과자 5종의 가격을 평균 10.8% 올린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이달 1일부터 '스팸 클래식' 등 육가공 제품 20여종의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다. 오뚜기는 이달 들어 잼류·식초·마가린 가격을 약 10% 올렸다.
아직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은 삼양식품 관계자는 "우리 역시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먹거리 가격 인상 러시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물가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각 업체가 내세우는 것이 원자재값 상승이지만 라면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지난해 매출이 굉장히 증가했다"며 "정부가 주요 식품업체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보고 상황이 괜찮다면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적극적으로 협조를 요청하는 등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계란 등 가격 상승 폭이 큰 신선식품의 경우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살처분으로 공급이 모자란다면 적극적으로 수입량을 늘리는 등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풀어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