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도 확진자 가정에 식료품 지원 등 "돕고 살자"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코로나 폭증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서로 돕고 살자"며 자원봉사 활동이 잇따르고 있다.
두 달 사이 1천명이 넘게 감염된 한인사회도 확진자 가정에 김치와 라면부터 다양한 지원품을 보내주는 등 단단히 손을 맞잡고 있다.
30일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누적 333만1천여명, 사망자는 누적 9만552명이다.
델타변이 확산으로 6∼7월 두 달간 확진자가 하루 5만명 안팎까지 폭증하면서, 병실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하고 자가격리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넘쳐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가격리 환자들에게 비타민과 의약품을 지역에 따라 무상지원하고 있는데, 가족 모두 감염되거나 독거인 감염자 등에게 약을 가져다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중바 자바 스마랑시에 사는 아라만 수리야 앗마자(35)씨도 자전거를 타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이나 인스타그램으로 부탁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찾아 자전거를 타고 자가 격리자의 집에 가져다준다.
아라만은 "한 번은 얼떨결에 병원 중환자실까지 배달을 가게 된 일이 있다"며 "다소 겁이 났지만, 돕고 싶은 마음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배달 봉사는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진다"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자가 격리자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봉사자들도 많다.
서부 자바 반둥의 재래시장에서 본래 닭죽을 팔던 구프론 라나(35)씨는 이달 초부터 매일 마당에서 닭죽을 끓여 자가 격리자 가정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구프론은 "왓츠앱으로 양성 판정 확인서를 보내면 닭죽을 가져다준다고 SNS에 올렸더니, 10㎞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까지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처음에는 하루 15명에게 배달했는데, 지금은 하루 700명까지 늘었다"고 신화통신에 말했다.
많은 이웃이 아침마다 구프론의 마당으로 와 같이 닭죽을 만들고, 오토바이 기사들은 자가 격리자들에게 무료로 배달해주며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자가 격리 중 코로나로 목숨을 잃는 이들의 시신을 수습해주는 자원봉사도 있다.
자카르타 외곽 보고르의 택시 운전사 아르디(41)씨는 하루 영업을 마치고 나면 자원봉사자 사무실로 향해 집에서 코로나로 숨진 이들 시신 수습을 위해 '출동'한다.
아르디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봉사자로서 인류를 돕겠다는 열의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전에 구급차 운전사로 일했기 때문에 시신을 보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보고르의 코로나 희생자 묘지에는 친척이나 이웃의 무덤 파는 일을 돕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야 아비딘은 "최근 일주일 사이에 코로나로 사망한 이웃 주민 4명의 매장을 도왔다"며 "사망 후 빨리 매장하지 않으면 다 같이 위험할 수 있기에 돕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장비도 없이 집에서 가져온 삽과 농기구로 무덤을 판다.
한인 사회에서도 코로나 감염자를 돕기 위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인 확진자가 소규모로 발생하던 작년 9월에는 가족 없이 홀로 자가 격리된 감염자에게 같은 아파트 한인들이 밥과 반찬을 만들어 문 앞에 두고 갔다.
십시일반 병원비를 보태거나, 자가 격리 가족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일은 수없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폭증 사태 발생 후 무궁화유통은 260여 가정에 구호품 박스를 전달했고, 세계푸드는 여러 협력업체와 함께 코로나 확진 가정은 물론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을 위해 방역 지원 세트를 지방까지 배송하고 있다.
김치와 건강식품을 파는 한인 개인 사업자들도 확진자 가정에 구호품을 보내고 있으며 한식당들도 격리 가정에 음식을 지원해주고 나섰다.
대사관과 한인회, 한국기업들은 산소발생기와 산소통, 의약품, 진단키트 등을 합심해서 마련해 제공하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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