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반도 평화' 세미나…"북, 대화 틀어지면 중국에 기울 것"
미 연구원 "대화가 해답 제공 안 해"…김기정 "역사의 교훈 안 배웠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김기정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30일(현지시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현재 교차로에 있다"며 "미국은 남한 얘기를 들어야 하고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날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과 LA 국제문제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세미나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은 최악의 경제 상황 속에서도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며 "북한은 아마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제 미국이 (대화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토론자로 나선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폴락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지만, 행위자들이 동의해야 한다"며 "목표의 일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비핵화를 위해선 "의미 있는 협상을 해야 하고 북한에 핵무기의 영구적인 보유는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대화와 관여는 좋은 말이지만 그것이 해답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미국 워싱턴DC의 전문가 그룹이 "현상 유지를 원하는지 모르겠다"며 "워싱턴 정치인들에게 북핵 문제 해결은 역사적인 업적이 될 수 있는데 북한 문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남한은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배운 것이 있고 한반도 평화 중재자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은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않았다. 한국 사람에게 평화적 공존은 절박하고 중요한데 미국은 그런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워싱턴이 능동적인 대북 정책을 하기를 원하고 이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합의와 관련해 "북한이 강 대 강 원칙에서 후퇴한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의 행동을 보고 자기 입장을 정하겠다는 수동적 태도였으나 능동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척되지 않으면 북한이 중국 쪽으로 기울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석과 진단도 이어졌다.
김 원장은 북미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북한은 원하든 원치 않든 중국 쪽으로 신속하게 기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무관심 전략으로 간다면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깰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중국 편승과 고립주의 길로 가는 것은 국제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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