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제시간에 도착 안 해 외신기자들 항의 쇄도하기도
차량 앱 오류도…비판 여론에 '숙소 노출하지 말라' 당부
(도쿄=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수영장에 가는 차가 1시간째 도착하지 않아서 외신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피땀 어린 현장을 전하기 위해 일본에 파견돼 도쿄올림픽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의 채팅방에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의 운송 시스템으로 인해 생기는 고충을 알리는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
주최 측은 대회 관련 입국자들이 일반인과 접촉하지 않도록 '버블' 방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이로 인해 동맥경화에 가까운 상태로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입국한 지 14일이 지나지 않은 취재진은 대중교통 이용이 금지되기 때문에 조직위가 제공하는 전용 버스(TM)나 택시(TCT)를 타고 숙소-메인 프레스센터(MPC)-경기장을 오가야 한다.
전용 버스는 목적지까지 직통으로 가는 경우가 없고 중앙환승센터에서 갈아타야 하며 노선별로 1시간에 1대 정도가 운행하기 때문에 단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도쿄도(東京都) 고토(江東)구에 있는 유메노시마(夢の島)공원 양궁장에서 출발해 한 차례 환승한 후 도쿄 주오(中央)구에 있는 미디어 전용 호텔까지 이동하는 데 2시간 반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양궁장에서 해당 호텔까지 택시를 타는 경우 이동 거리는 약 10㎞이며 20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지만, 교통편을 제한한 탓에 이동에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셈이다.
TM의 운행 스케줄은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출발이 임박하면 일정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현장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외신 기자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아주 일찍 출발해야 한다.
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으나 차량이 부족해 어깨를 맞대로 빽빽하게 탑승하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택시의 일종인 TCT를 타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으나 예약 전화가 연결이 매우 어렵다. 전화가 연결되더라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에 예약 성공 가능성이 작다.
현장 취재 일정이 언제 끝날지 유동적인데 30분 전에 예약하라는 조건까지 내걸어서 그림의 떡이다.
반면 일본 현지 미디어는 교통편 이용과 관련한 제약에서 외국 언론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일본을 방문한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임원들의 이동 과정에서도 수송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조직위는 NOC 임원 등을 안내하는 자원봉사자 등 담당자가 배차를 신청할 때 '티 토스'(T-TOSS)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도록 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일 전했다.
NOC 임원 등은 경기 진행 상황을 보며 당일 아침에 목적지를 정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안내 담당자들은 필요한 차량 수와 목적지 등을 종이에 취합해서 기록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실수가 반복된다.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 지난달 25일부터는 조직위가 배차 정보를 담은 문서 파일을 공유하고 있으나 덮어쓰기가 가능한 파일이라서 결과적으로 오류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인력이 부족해 안내 담당자 없이 임원들에게 차만 내주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안내 담당자가 하루 활동 시간 한도(9시간)를 넘겨 밤늦게까지 동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신문은 운용의 난맥상을 소개했다.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강행하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그리 좋지 않은 가운데 조직위 측은 지방에서 올라온 자원봉사자에게 '비판을 받으니 올림픽 관계자가 숙박한다는 것을 감춰야 한다'며 외출할 때는 올림픽 관계자임을 확인하는 신분증인 AD(Accreditation)카드를 노출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활동하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원봉사자로 신청한 이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으며 주변의 시선을 우려해 출퇴근 시 유니폼 위에 다른 옷을 걸치는 사례도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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