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과학자 "달 궤도에 떼놓은 착륙선 추락하지 않고 비행 증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류가 최초로 달에 내릴 때 이용한 달 착륙선이 아직도 달 궤도를 돌고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11호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을 태우고 달에 착륙했다가 이륙해 달 궤도의 사령선에 복귀한 '이글'을 지구로 귀환하는 본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달 궤도에 떼어놓고 왔는데, 5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달에 추락하지 않고 궤도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과학 전문 매체 피즈닷오르그(phys.ogr)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공대의 무소속 연구원 제임스 미도르는 이글호가 아직도 궤도를 돌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정식 출간 전 논문이 수록된 온라인 저널 '아카이브'(arXiv.org)를 통해 공개했다.
이글호는 1969년 7월 20일 밤(이하 세계표준시) 사령선 '컬럼비아'에서 떨어져나와 '고요의 바다'에 착륙했으며 21시간여 만에 다시 이륙해 사령선과 도킹했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달에서 채집한 약 22㎏의 월석 시료를 사령선으로 옮겨 싣고 이글을 달 적도 상공 125㎞의 역행궤도로 떼어내고 귀환했다.
달은 질량이 고르게 분포하지 않아 중력장에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며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위성의 궤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NASA는 이글호도 이런 불안정한 궤도 탓에 분리된 이후 어느 시점에선가 달 표면에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아폴로11호 이후 다른 착륙선들은 달 표면에 설치한 지진계의 감도 조정을 위해 일부러 달에 추락시켜 행방이 불투명한 착륙선은 이글호가 유일하다.
미도르 연구원은 처음에는 달 표면에서 이글호의 추락 지점을 찾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지난 2012년 NASA가 달 궤도에 위성을 보내 달의 상세한 중력장 변화를 파악한 '그레일(GRAIL) 프로젝트'의 자료와 행성이나 달 주변의 우주선 궤도를 분석하는 기법을 활용해 이글호의 하강 궤도를 추적했다.
하지만 그레일 프로젝트를 통해 측정한 중력장 자료를 입력한 뒤 변수를 바꿔가며 이글호를 사령선에서 떼어낸 뒤부터 현재까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지만, 착륙선이 달 궤도에 남아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태양과 다른 행성의 중력, 태양 복사에 따른 영향까지 모두 고려했다.
미도르는 '디스커버'지와의 회견에서 "이글호가 관성 상태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글호에 남아있던 연료가 폭발하면서 그 충격으로 궤도가 바뀌어 추락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인정하면서, NASA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글호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했다.
미도르는 이글의 절반 정도 크기인 인도의 달 탐사 위성 찬드라얀 1호가 지난 2009년 신호가 끊어진 뒤 8년만인 2016년 예상 궤도에 레이더를 조준하는 것만으로 다시 발견된 점을 지적하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달 궤도를 여전히 도는 이글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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