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못땄지만 최대화제…서방에 맞선 '중국굴기' 상징효과에 시선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14억 중국인이 32세 노장 스프린터의 9초83 질주에 열광했다.
도쿄올림픽 메달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국은 1일에도 여자 투포환, 여자 배드민턴 단식 등에서 금메달을 추가했지만 중국 매체들과 온라인 여론이 가장 환호한 것은 '6위에 그친' 남자 육상 100m 쑤빙톈(蘇炳添)의 레이스였다.
그는 1일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100m 경기에서 6위에 자리하며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일약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운동선수로 등극했다.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포털 중 하나인 바이두의 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현재 검색어 순위 1위는 '쑤빙톈 역사 창조, 남자 100m 6위'였고, 3위는 '쑤빙톈, '중국 속도'를 표현했다', 4위는 '쑤빙톈, 몸에 국기를 두르고 꿈을 이뤘다고 외쳤다'였다. 5위 안에 3개가 쑤빙톈 관련이었다.
쑤빙톈은 준결승에서 아시아신기록인 9초83을 끊으며 출전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으로 결승에 올라갔고, 결승에서는 비록 6위에 그쳤지만 9초98로 또 한번 10초 벽을 넘어서며 세계적 스프린터들과 숨 막히는 레이스를 벌였다.
중국 매체들은 쑤빙톈이 아시아인 최초로 9초9대 벽을 넘어 좀처럼 동양인에게 자리를 주지 않는 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결승에 올라간 사실을 부각시켰다.
온라인상에는 "쑤빙톈 황인종의 한계를 뒤집었다", "쑤빙텐, 황인종의 자랑" , "100m 결승전 레인 위의 유일한 황인종"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쑤빙톈은 (중국인) 첫 9초대 진입에서, 올림픽 결승까지 하나하나씩 역사를 새로 쓰며 시간을 이겼다"며 "이는 중국의 자랑이며 아시아의 영광"이라고 썼다.
이 같은 중국 매체들의 격찬은 쑤빙톈의 질주가 갖는 '상징효과'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이 최근 미국과 맞서며 서방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전중인 상황에서, 동양인에 대한 '통념'을 깬 쑤빙톈의 질주는 중국인들의 자긍심과 애국주의를 자극하기 좋은 소재일 수 있는 것이다.
쑤빙톈도 적극적으로 '애국심'을 내세웠다.
출전 선수 소개때 상의에 적힌 'CHINA'(중국) 표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레이스를 마친 뒤 메달리스트가 아님에도 국기를 몸에 걸친 채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바이두 채널에 "매번 경기장에 들어설때면 내 머리 속에는 한가지 뿐이다. 그것은 전력을 다해 '중국속도'를 달려냄으로써 조국을 빛내는 것이다. 오늘 나는 아시아기록을 깼고, 황인종의 한계를 깼고, 도쿄올림픽 100m에 결승 레이스에서 내 모든 꿈은 일순간 현실이 됐다"고 썼다.
중국 광둥(廣東)성 출신인 쑤빙톈은 2015년 5월 국제육상경기(IAAF)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9를 기록하며 10초의 벽을 넘어선 뒤 30세를 넘겨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세운 대기만성형 스타다. 신장 172cm로 세계 수준의 스프린터치고는 작은 편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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