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류 타고 포식자 적은 대양으로 가게 진화했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도 해류따라 흘러들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바다거북은 알에서 부화해 해류를 타고 포식자가 적은 대양으로 가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성장하도록 진화해 왔는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류를 따라 주변 서식지로 흘러들면서 '진화의 덫'(evolutionary trap)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서터대학교에 따르면 펜런캠퍼스 생태보전센터의 에밀리 던컨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호주 동해안(태평양)과 서해안(인도양)에서 발견된 어린 바다거북의 장기에서 확인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석한 결과를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해양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해안으로 죽은 채 떠밀려오거나 그물 등에 걸린 바다거북 중 알에서 갓 부화한 것부터 등딱지 길이가 50㎝ 이하인 어린 바다거북 121마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세계의 바다거북 총 7종 중 5종이 망라됐으며, 대양 별로는 태평양 65마리, 인도양 56마리였다.
태평양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은 붉은바다거북 86%, 푸른바다거북 83%, 납작등바다거북 80%, 올리브각시바다거북 29%에서 각각 플라스틱 파편이 나왔다.
인도양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중에서는 납작등바다거북 28%, 붉은바다거북 21%, 푸른바다거북 9%에서 각각 플라스틱이 확인돼 인도양보다 태평양 쪽 바다거북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도양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의 경우 위장에서 총 343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와 연구 대상 바다거북 중 가장 많은 양을 기록했다.
두 대양의 매부리바다거북 몸에서는 플라스틱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샘플 자체가 7마리밖에 안 된 것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던컨 박사는 "어린 바다거북은 일반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먹이 없이 닥치는 대로 먹으며, 여기에는 플라스틱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포식자가 상대적으로 드문 대양에서 자라도록 진화했지만, 이런 진화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등과 같은 고도로 오염된 지역으로 바다거북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바다거북이 먹은 플라스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됐지만 어린 바다거북이 죽으면 개체 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태평양 바다거북의 위장에서 나온 플라스틱은 대부분 딱딱한 파편으로, 인간이 사용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에서 쪼개져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인도양 바다거북에서는 어망이나 낚싯줄 등과 플라스틱 섬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연구팀은 바다거북이 먹은 플라스틱이 대부분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으로, "플라스틱 제품에 너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어 플라스틱의 종류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갓 부화한 새끼는 최대 5~10㎜의 플라스틱 파편이 몸 안에 발견됐으며 덩치가 클수록 플라스틱 파편도 커진다"면서 "다음 연구에서는 이런 플라스틱이 어린 바다거북의 건강과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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