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 비자 발급해준 폴란드로 가려다 보안 문제로 계획 변경
"빈 경유해 바르샤바로 올 것" 예상도…치마노우스카야 "조국 배신안해"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용래 최수호 기자 = 도쿄올림픽에 참가했다가 강제귀국 위기에 처했던 벨라루스의 여성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가 4일(현지시간) 당초 예정됐던 폴란드가 아닌 오스트리아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BBC 방송은 이날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 관계자를 인용해 치마노우스카야가 폴란드가 아닌 오스트리아로 떠났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외무부도 치마노우스카야가 빈으로 출발했다고 확인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타스 통신도 나리타 공황 관계자를 인용해 그녀가 폴란드 바르샤바행 항공기에 오르기 얼마 전 빈행 오스트리아 여객기로 바꿔탔다고 전했다.
이 항공기는 오후 4시 5분(현지시간)께 빈에 도착할 예정이다.
앞서 치마노우스카야는 자신에게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해 주고, 주도쿄 대사관에 피신처를 마련해준 폴란드로 떠날 것으로 예상됐었다.
행선지를 바꾼 이유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타스 통신은 바르샤바행 여객기에 치마노우스카야를 취재하려는 일부 기자들이 동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폴란드 대사관 직원들이 급하게 행선지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치마노우스카야 측 관계자는 "외교관들이 보안 문제로 항공편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폴란드에 체류하는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 파벨 라투시코는 치마노우스카야가 이날 오후 바르샤바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라투시코의 발언은 치마노우스카야가 빈 행 여객기에 탑승한 뒤 나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치마노우스카야가 바르샤바로 오는 항공편을 변경해야 했다. 오늘 오후에 바르샤바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마노우스카야가 빈을 경유해 바르샤바에 도착할 것이란 설명으로 해석됐다. 벨라루스의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 치마노우스카야는 이날 아침 일찍 이틀 동안 자신을 보호해준 폴란드대사관을 나서 경찰 차량을 타고 나리타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 도착 후엔 몰려든 기자들과의 인터뷰 없이 VIP 구역을 이용해 곧바로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앞서 도쿄올림픽 참가 도중 자국 올림픽 관리들의 강제소환 시도에 반발해 외국 망명을 요청했다.
육상 100m와 200m에 출전한 그녀는 갑자기 예정에 없던 1천600m 계주 출전팀에 사전논의도 없이 포함된 것을 알고 자국 육상 코치팀을 비판했다가 강제 귀국 위기에 몰렸었다.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의 귀국 지시를 거부하던 치마노우스카야는 지난 2일 선수촌에서 끌려 나와 강제로 귀국 항공편에 태워질 뻔했으나, 도쿄올림픽위원회와 일본 경찰의 도움을 받아 하네다공항에서 위기에서 벗어난 뒤 도쿄의 폴란드대사관에 머물렀다.
폴란드는 그녀에게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출국 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귀국 거부는 정치적 동기 때문이 아니라면서 "문제는 벨라루스의 올림픽 관리들에 의해 저질러진 실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조국을 사랑하며 조국을 배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벨라루스가 올림픽에 출전 중인 치마노우스카야를 강제로 귀국시키려 한 일에 대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작년 8월 벨라루스 대선 이후 야권의 대규모 부정선거 항의 시위로 정국 혼란이 계속되던 당시, 재선거와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는 공개 성명에 참여한 2천여 명의 체육인 중 한 명이다.
작년 벨라루스 대선에서는 30년 가까이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재선된 뒤 부정선거와 개표 조작 의혹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3만5천여 명이 체포됐다.
한편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치마노우스카야 남편도 벨라루스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BBC 방송의 우크라이나어 인터넷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부부는 정치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형사고발 조치가 없다면 벨라루스로 돌아갈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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