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보다 백신공포 커지면 새 유행 발생"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현재처럼 반복되는 현상을 이해하려면 '질병과 그 질병에 대한 공포'라는 전통적인 전염병 역학 변수 외에 통제 방법(백신)에 대한 공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세계공중보건대학원 조슈아 엡스타인 교수팀은 4일 영국 '왕립 인터페이스 학회 저널'(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서 인간의 행동과 행동을 촉발하는 두려움을 통합하면 감염 유행을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며 질병과 두 가지 공포 요인을 적용한 '삼중 전염'(triple contagion) 수학모델을 제시했다.
전염을 억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전염을 촉진하는 백신 거부 같은 인간의 행동은 수 세기 동안 전염병 역학 관계를 형성해왔으나 전통적인 전염병 모델에서는 이런 인간의 행동과 이런 행동을 유발하는 공포라는 요소가 지나치게 무시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연구팀의 '삼중 전염' 모델은 코로나19 감염률, 백신 접종률, 질병·백신을 두려워하는 인구 비율, 예방접종 부작용으로 인한 공포 등 요인들을 결합해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엡스타인 교수는 "두려움과 같은 감정은 이성적인 행동 대신 비건설적인 행동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며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하게 하지만 그 공포가 사그라지면 예방 행동을 조급하게 중단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사람들에게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거나 마스크를 쓰는 행동을 하게 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지만, 일단 확산세가 꺾이면 공포감이 줄어들면서 거리두기나 마스크 쓰기 등을 소홀히 하면서 새 유행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코로나19 유행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백신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 코로나19 공포가 많은 사람을 백신 접종으로 이끌면서 백신이 바이러스 확산과 코로나19 두려움을 누그러뜨렸으나 이 과정에서 병에 대한 공포보다 백신(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오히려 커지면서 또 다른 유행이 발생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엡스타인 교수는 "'삼중 전염' 모델에서 심리적 역학을 질병 역학과 처음으로 결합해 전염병 유행 지속과 후속 유행 파도를 일으키는 새로운 행동 메커니즘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중 전염 모델은 코로나19 공포가 백신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면 백신 접종을 촉진해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부작용에 대한 가짜정보 등을 이유로 백신을 전염병보다 더 두려워하면 백신을 기피 현상이 발생해 새 유행이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고 환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삼중 전염 모델이 예측하는 전염병 유행 현상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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