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미 총기업체에 소송…"총기 밀수로 인한 피해 배상해야"(종합)

입력 2021-08-05 06:41  

멕시코, 미 총기업체에 소송…"총기 밀수로 인한 피해 배상해야"(종합)
멕시코 정부 "총기업체 과실 탓에 불법무기 유입…막대한 해 끼쳐"
소송가액 11조원 달할 수도…미 총기단체 "범죄는 멕시코 정부의 책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정부가 미국 총기업체들을 상대로 자국으로의 총기 밀수와 그로 인한 범죄들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멕시코 정부는 4일(현지시간) 미국 총기업체들의 사업상 과실과 불법적인 관행이 "멕시코로의 무기 밀수의 원인이 돼 직접적인 해를 끼쳤다"며 미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피고는 스미스앤드웨슨, 베레타, 콜트, 글록 등 주요 총기 제조업체들과 총기 도매상인 인터스테이트 암즈 등이며, 소송가액은 재판 과정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장관은 말했다.
외교부 법률 고문인 알레한드로 셀로리오는 밀수된 총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1.7∼2%에 달한다며, 100억달러(약 11조4천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소장에서 "피고들이 총기 불법 밀매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끼친 막대한 손해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밀수된 총기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다른 범죄자들에게 흘러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멕시코는 이전에도 미국서 불법으로 넘어오는 무기가 멕시코 내 범죄 증가를 부추긴다고 비판해왔다.
미국이 멕시코 정부를 향해 미국으로의 마약 밀수나 불법 이민자 유입을 차단하라고 압박할 때마다 멕시코는 거꾸로 미국 정부를 향해 총기 밀거래 단속을 촉구해 왔다.

강력 범죄가 잦은 멕시코의 총기 규제는 비교적 엄격한 편이다. 허가받은 총포점은 전국에 단 1곳뿐이고, 개인이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지하기 위해선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미 국경을 통해 불법으로 넘어오는 총기가 많은 탓에 암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총기를 구할 수 있고, 총기 범죄도 매우 잦다.
멕시코 정부는 불법으로 유입된 무기의 70%가 미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에만 미국서 밀수된 총기로 인해 1만7천 명의 멕시코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미국의 총기 사망자 1만4천 명보다도 많은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 총기업체들이 자사의 무기가 불법적인 방식으로 멕시코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멕시코 카르텔을 타깃 고객으로 해서 총기를 제조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최우선 목적은 살인 사건을 줄이는 것"이라며 "소송에서 이겨 멕시코로의 불법 무기 밀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에 대해 미 총기업계 이익단체인 전미사격스포츠재단(NSSF)은 "멕시코 정부는 자국 내에서 만연한 범죄와 부패에 책임져야 한다"며 미 총기업체들에 과실이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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