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NN방송 보도…민스크 1시간 거리에 철통 보안시설
야권 "놀라운 일 아냐"…일망타진 후 교도소 포화 대비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유럽의 마지막 독재정권'으로 불리는 벨라루스 정부가 반체제인사들을 가두기 위한 강제수용소를 건설한 정황이 잡혔다고 미국 CNN 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반체제 인사 수용소로 추정되는 이 시설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노보콜로소보 지역 옛 소비에트 연합 시절 미사일 저장 시설 부지에 자리하고 있다.
해당 시설에는 3겹으로 된 전기 펜스, 보안 카메라, 반사유리가 설치된 창문 등이 설치됐다.
또 군 경비원이 배치됐고, 입구에는 '진입 금지'라는 표지판도 볼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이 시설이 반체제 인사들을 가두기 위한 수용소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에트 연합 당시 사용되던 미사일 저장 시설의 규모는 약 80㏊로, 이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새롭게 정비가 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들은 수용 인원 증가로 자국 내 교도소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에 대비해 벨라루스 정부가 조잡한 시설의 수용소에 의존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부정선거 논란을 일으켰던 대통령 선거일(8월9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1주년 시위에서 또 대규모 단속과 체포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벨라루스 야권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의 선임고문인 프라낙 비아코르카는 CNN이 보도한 영상을 보고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비아코르카는 "어차피 새로운 시위의 물결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이) 수용소 같은 것을 건설하려고 할 것"이라며 "시위는 루카셴코의 발언에 의해 촉발될 수 있고, 경제 상황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들은 부정선거 항의 시위로 대규모 체포가 이뤄진 지난해 8월 경찰이 이들을 중독치료시설에 마련한 임시 수용소에 며칠 간 감금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루카셴코 정권에 반대하는 벨라루스의 전직 보안기관 요원 모임인 '비폴'(BYPOL)은 지난해 10월 급진적인 시위대를 위해 수용소를 지어야 한다는 벨라루스 내무장관의 발언이 담긴 녹음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해당 자료가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지만, 노보콜로소보 시설과 관련한 CNN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노보콜로소보 시설에 수감자를 수용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익명의 서방 정보 당국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 시설을 수용소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수용소로 추정되는 시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최근 반체제 성향의 벨라루스 독립 언론에 대한 탄압과 도쿄올림픽에 참가했던 벨라루스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여)가 강제 귀국 위기에 처했다가 폴란드로 망명 신청을 하는 등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뤄졌다고 CNN은 강조했다.
앞서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인 '우크라이나의 벨라루스인 집' 대표 비탈리 쉬쇼프(26·남)도 실종 하루만인 3일(현지시간) 자택에서 가까운 키예프의 한 공원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벨라루스인 집'은 키예프에 등록된 사회운동단체로, 벨라루스 정부의 탄압을 피해 우크라이나로 이주한 벨라루스인들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일자리,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chinakim@yna.co.kr
올림픽중 망명신청 벨라루스 육상선수, 일본 떠나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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