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1도' 그리스서 산불 겹쳐 아테네 77명 입원·수천명 대피
터키 화력발전소 인근 긴급 대피…에르도안 리더십 도마 위에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남유럽에서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말부터 번진 산불이 진압되지 않으면서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 통신, CNN 방송,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그리스는 전날 기온이 섭씨 47.1도까지 올라 유럽 역대 최고 기록에 육박했다.
여기에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지던 크고 작은 화재가 이날에는 최소 78건에 이르면서 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수도 아테네에서는 인근 산불로 주택이 불타고 잿가루가 날아오면서 77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수천명이 대피했다.
3일에는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 권고가 내려졌고, 아크로폴리스를 포함한 유적지도 개방 시간을 단축했다.
산불 최대 피해지인 에비아 섬에서는 주택 150채가 화염에 무너졌으며, 올림픽 발원지인 올림피아 지역에서는 소방관 100명, 헬기 3대, 항공기 2대 가량을 투입해 불길과 싸우고 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1천명 이상이 숨졌던 1987년 폭염 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터키에서도 일주일 넘게 기승을 부리는 산불로 최소 8명의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화력 발전소까지 불길이 다가오면서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렸다.
당국은 무을라 주(州)에 있는 이 화력 발전소에 소방 헬기를 투입하고 인화 물질 탱크를 비우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강한 바람 탓에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터키 전역에서 지금까지 진화된 산불은 167건, 진화 중인 산불은 16건이다.
권위주의 통치자로 꼽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질적 경제난, 코로나19 확산에 이어 산불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치적 위기에 내몰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3일 연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산불 진압에 실패했다며 공세를 퍼붓고, 터키가 기후변화에 즉각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 측인 극우 성향의 민족운동당(NMP)은 "야당이 산불을 정쟁 도구로 삼는다"며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밖에 북마케도니아에서는 동부와 동북부에서 수많은 산불이 번지면서 코차니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알바니아에서는 최근 몇 주 사이에 폭염에 따른 산불 120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동시다발로 산불이 번지면서 국경을 넘어 이웃 나라로 소방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는 4일 이탈리아로 소방 항공기 2대를 보냈고, 키프로스도 그리스를 도우려 항공기 2대를 보냈다.
알바니아에는 네덜란드와 체코에서 각각 보낸 헬기가 도착했고, 북마케도니아에는 슬로베니아 소방 인력 45명이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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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서 울 것 같다"…터키 남부 덮친 산불, 화력발전소도 위협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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