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약관 위반" vs "연구 통제 시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 페이스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정치 광고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연구하는 뉴욕대 관계자의 계정을 차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AP통신과 블룸버그 등 언론은 5일 페이스북이 지난 3일 뉴욕대 '광고 관측소'(Ad Observatory) 프로젝트를 이끄는 로라 에델슨 연구원(박사과정) 등 연구진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다른 연구자 및 언론인의 계정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연구자들이 자사 서비스 약관을 위반해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다고 차단 배경을 밝혔으나 연구진은 페이스북이 자사를 부정적으로 그릴 수 있는 연구를 통제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뉴욕대 광고 관측소 프로젝트는 사용자들에게 연구용 소프트웨어를 내려받도록 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이들이 페이스북에서 어떤 정치광고를 보는지, 이들 광고의 표적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조사한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수년간 페이스북에 게재되는 광고를 검색할 수 있는 '광고 라이브러리'에 접속해왔다.
에델슨 연구원은 성명을 통해 "페이스북 광고 라이브러리 접속은 이 시스템의 결함을 밝혀내고,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내용 등 정치 광고에 포함된 잘못된 정보를 찾아내고, 당파적 가짜정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증폭되는 것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연구진이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사용하는 연구용 소프트웨어는 자사의 탐지 시스템을 피해 사용자 데이터를 빨아들임으로써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제품관리 책임자 마이크 클라크는 블로그에서 "이 프로젝트는 심각한 데이터 무단 스크랩을 하고 있다"며 "이를 발견한 뒤 조사하고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페이스북은 책임 있는 연구는 환영하지만 그것이 우리 플랫폼의 보안이나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면서 "광고 관측소는 선의의 프로젝트일 수 있지만 스크랩 방지 규정을 지속해서 위반하는 행위는 간과할 수 없으며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페이스북이 지난해 10월 에델슨과 다른 연구자인 데이몬 매코이에게 중지 서한을 보내고도 계정을 차단하지 않다가 지난 3일 연구진이 올초 의사당 난입 사건에 관한 가짜정보 확산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린 뒤 수 시간 만에 계정을 차단했다며 페이스북의 의도에 의혹을 제기했다.
에델슨 연구원은 "페이스북은 우리 연구가 플랫폼상의 문제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우리의 입을 막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페이스북이 누가 그들에 관해 연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거부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주)은 기술 플랫폼 기업은 독립적인 연구자들과 협력하고 더 나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상원의원(미네소타주)도 "계정 차단은 페이스북이 적절한 공개 없이 수백만 달러어치의 정치광고를 계속 판매하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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