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난치성 자가면역 질환인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 systemic lupus erythematosus)를 CAR-T 항암 면역요법으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루푸스는 면역체계가 거의 전신에 걸쳐 조직과 장기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피부뿐 아니라 관절이나 신장 등 체내 거의 모든 부위를 공격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전신 홍반성 루푸스는 루푸스의 가장 흔한 형태이다.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Friedrich-Alexander) 대학 의대 류머티즘·면역 과장 게오르크 셰트 박사 연구팀은 암 치료에 쓰이는 CAR-T 면역요법으로 20세 여성인 루푸스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5일 보도했다.
이 환자는 치료 44일 이내에 아무런 부작용 없이 루푸스의 원인인 자가항체(auto-antibodies)와 함께 증상들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여성 환자는 현재 4개월 넘게 아무런 루푸스 치료 없이 '완전한 건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여성 루푸스 환자는 자가항체의 공격으로 관절염과 함께 신장이 손상되고 폐와 심장에 염증이 발생했지만 루푸스 표준 치료제는 그 어떤 것도 듣지 않았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대부분 환자의 경우 증상이 사라지는 관해(remission)가 오기 어렵고 관해가 유지되지도 않는다.
CAR-T 면역요법은 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시킨 뒤 다시 환자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이미 미국에서는 일부 혈액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 CAR-T 면역요법이 루푸스 치료에 사용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연구팀은 환자로부터 채취한 T 면역세포 샘플을 시험관에서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 chimeric antigen receptor)로 무장시킨 뒤 다시 환자에 주입했다.
그러면 T세포들이 암세포처럼 잘못된 면역세포의 표면에 나타난 특정 표지, 즉 항원(antigen)을 인지하고 공격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재 다른 두 루푸스 환자를 대상으로 CAR-T 면역요법을 진행하고 있다.
CAR-T 면역요법은 항암 치료법이다. 루푸스의 경우는 그러나 '적(enemy)'이 종양이 아니라 환자 자신의 면역 시스템이다. 면역 시스템이 자가항체를 만들어 환자 자신의 체내 조직들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CAR-T 면역요법이 루푸스를 '결정적으로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인지의 여부이다.
CAR-T 면역치료는 치료비만도 20만 달러 넘게 드는 만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류머티즘 전문의 진 린 박사는 말했다.
'루푸스 백과사전'이라는 책을 쓴 미국의 류머티즘 전문의 도널드 토마스 박사는 핵심 문제는 루푸스가 성격이 매우 다양한 질환이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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