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가옥 앞에서 성조기와 깃대 챙겨
산불 '딕시'로 인구 1천여명 마을 초토화
건물 무너지고 가로등 휘며 소방당국은 사투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미국 서부의 대규모 산불이 3주째 맹렬히 타오르는 가운데 불구덩이 속에서 국기인 성조기를 챙기는 소방관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소방관은 자신의 목숨도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애국심을 발휘해 국기를 먼저 구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프랑스 AFP 통신의 조쉬 에델슨 사진기자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북부 플러머스 국유림 근처 그린빌의 화재 현장에서 주택 앞에 세워져 있던 성조기를 긴급히 챙기는 한 소방관의 모습을 촬영해 전세계에 타전했다.
사진을 보면 진화 작업이 한창인 소방관들 뒤쪽에서 불덩이가 가로수 높이까지 솟구치는 가운데 한 소방관이 성조기가 달린 장대를 소방차에 싣고 있다.
에델슨 기자는 인스타그램에 해당 사진을 올리며 "불타는 집에서 소방관이 성조기를 구하고 있다"면서 "불행히도 '딕시(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의 이름)'가 그린빌의 대부분을 휩쓸고 다니며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50여 년 전 금광이 발견되면서 조성된 인구 1천여 명의 마을 그린빌은 딕시로 인해 초토화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다.
지난달 14일 발화한 딕시 산불은 올해 미국에서 가장 크게 번진 화재로, 캘리포니아주 역대 산불 중 6번째 규모다.
전날 오후 그린빌을 덮친 딕시는 밤새 타오르며 주요 공공시설을 비롯해 지어진 지 100년이 넘는 건물까지 모조리 태웠다.
피해 현장을 찾은 사진작가 스튜어트 팰리도 트위터를 통해 "중심가에서 제대로 남아 있는 건물은 달러 제너럴(미국 유통 잡화점)뿐이었다"고 밝히면서 현장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에는 불에 녹아 본닛·엔진·유리창 등이 파손돼 뼈대만 남은 자동차, 하얗게 색이 바래 구부러진 가로등, 지붕이 무너져 내려 기둥만 남은 건물 등 화재 참상이 담겼다.
소방당국이 당시 현장에서 화마가 마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였으나 시속 40㎞ 강풍을 타고 번지는 불길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캘리포니아주 소방국(캘파이어) 대변인 미치 매틀로우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면서 "나무, 풀, 덤불이 너무 말라 있어서 불씨만 남아 있으면 새로운 불로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서부에서는 폭염에 따른 극도로 건조한 날씨에 연이어 부는 강풍이 겹치며 산불이 계속 세력을 키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북부 5개 카운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때문에 주민 1만6천여 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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