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용 백신 부족으로 접종간격 못 지켜…아르헨, 다른 백신으로 교차접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족 속에 러시아산 백신에 크게 의존했던 중남미 국가들이 러 백신의 공급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6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V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시민들에게 모더나 백신 교차접종을 시작했다고 현지 텔람통신이 보도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을 맞고 3개월이 지나도록 2차 접종을 하지 못한 시민들 중 교차접종에 동의한 이들이 대상이 됐다.
델타 변이 확산에 맞서 접종 속도를 높이려는 아르헨티나는 지난 4일 자체 연구를 통해 스푸트니크V 1차 접종 후 모더나 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의 교차접종은 백신 부족에 따른 궁여지책에 가깝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스푸트니크V 백신의 접종을 시작했다.
러시아 내에서조차 자국 백신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아르헨티나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보다도 먼저 공개적으로 러 백신을 맞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백신의 공급이 지연되면서 아르헨티나의 접종 계획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수급 불균형은 다른 백신들에서도 나타났던 일이지만, 스푸트니크V 백신의 문제는 1·2차 접종용 백신이 서로 다르고, 공급 지연이 2차용 백신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1·2차 백신이 같은 다른 백신들은 물량이 모자랄 경우 신규 접종을 늦춰서라도 기존 접종자들에게 늦지 않게 2차 접종을 할 수 있지만, 스푸트니크V는 1차용 백신이 남아도 2차용 백신이 없으면 접종 완료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선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인구는 57%인데, 2차까지 모두 접종을 마친 비율은 17.5%에 불과하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은 3주에서 최대 90일로, 텔람통신에 따르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만 18만 명이 90일이 넘도록 2차 접종을 하지 못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 호세피나 베르무데스(72)는 AFP에 "4월 21일에 1차를 맞고 아직 2차를 기다리고 있다"며 25세 손자가 오히려 먼저 중국 백신으로 2회 접종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러시아 측에 서한을 보내 공급 지연에 정식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더딘 러 백신 공급 탓에 곤혹스러운 것은 아르헨티나만이 아니다.
초반 백신 확보 경쟁에 뒤처진 중남미 개발도상국들은 '구원자'와도 같았던 중국과 러시아 백신에 크게 의존하게 됐으나, 러 백신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접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차 접종률이 10%대 초반에 불과한 과테말라는 물량 도착이 늦어지자 최근 스푸트니크V 백신 800만 회분의 계약을 취소했다.
볼리비아에서도 백신이 없어 2차 접종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AFP는 "중남미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이 '희망'에서 '절망'이 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백신의 해외 생산과 공급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생산 능력 증대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2차용 백신의 배급 지연이 나타났다며, 이달 내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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