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애국심 표출'하는 손톱 디자인 화제…모국 국기 색 입히거나 개최국 존중 표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지난달 31일 2020 도쿄올림픽 여자 100m 준결선에서 뛴 영국 선수 디나 어셔-스미스의 손톱에는 유명한 19세기 일본 판화 '가나가와의 큰 파도'의 물결이 새겨져 있었다.
어셔-스미스가 직접 디자인에 관여한 이 네일아트에는 개최국 일본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담겼다.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네일아트가 자신의 개성과 애국심을 표출하거나 스포츠 외교를 부드럽게 실천하는 '토너먼트 의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림픽의 네일 '전통'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거머쥔 미국 육상선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가 빨강, 하양, 파랑, 금색이 섞인 화려한 네일아트를 선보이면서 일찌감치 시작됐다.
이후 매니큐어는 점점 더 흔한 광경이 됐으며 이제는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선수촌에 네일숍 설치를 주선해 주기까지 한다.
도쿄올림픽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 철통같은 가운데서도 선수촌에 네일숍이 설치됐다.
미국 배구선수 켈시 로빈슨은 선수촌 네일숍이 종일 예약을 잡기 힘들 때가 있을 만큼 인기가 많다면서 "(네일아트는) 선수들이 경기 성적을 넘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이 개성을 감추는 유니폼을 착용하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경기 시 복장 규정도 엄격한 만큼 네일아트는 선수들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스위스 테니스 선수 벨린다 벤치치는 자국 국기를 본떠 빨간색 손톱에 흰색 십자가를 새겨 넣었고 브라질의 13세 스케이트보드 선수 라이사 레알도 자국 국기를 손톱에 입혔다.
오륜기와 홍콩 깃발, 일본 국기를 손톱에 새겨넣은 홍콩 수영선수 커밀 정(정리메이·鄭莉梅)은 "가장 큰 스포츠 무대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이를 손톱에 반영했다"며 피나는 노력을 거쳐 출전한 것을 즐기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제대회에서 정치적 의견 표출이 금지된 만큼 네일아트와 관련한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한다.
스웨덴 높이뛰기 선수 엠마 그린 트레가로는 2013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의 '동성애 선전 금지' 방침에 항의해 무지개 색깔의 손톱을 선보였다가 규정 위반 경고를 받고 손톱을 다시 붉게 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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