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의 '게임은 정신적 아편' 비판
검찰은 위챗 관련 소송 제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정부의 IT분야에 대한 압박 속 최근 잇따라 강타당한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騰迅·텅쉰)가 미중 기술격차와 관련한 자체 연구보고서를 삭제하며 납작 엎드렸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텐센트는 지난 6일 저녁 텐센트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경제에서 중국과 미국 간 확대되는 격차에 대한 경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자사 홈페이지와 텐센트연구소 위챗(微信·웨이신) 계정에 게재했다가 당일 밤 모두 삭제했다.
해당 보고서는 2016~2018년 급성장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현재는 성장 둔화에 직면해있고 매출과 시가총액에서 모두 미국 기업들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술산업이 현재 저조한 상태이며 중국은 "과거 산업혁명 기회를 놓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보 발달과 디지털 혁명의 역사적 기회를 꽉 붙잡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SCMP는 "해당 보고서는 중국 검찰이 텐센트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이후 삭제됐다"면서 "중국 당국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보고서가 민감한 주제를 다뤘음을 강조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는 당국의 규제와 관영매체 보도로 주가 폭락사태가 촉발된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의 시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인터넷기업 순위에서 각각 6위와 7위를 차지하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시가총액 합이 올해 중반까지 세계 상위 7개 인터넷기업 시총 총액의 13.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2017년 말의 23.8%, 2015년 말의 17.4%보다 줄어든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 상위 8개 인터넷기업들이 2018년에는 평균 118.9%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미국 상위 9개 인터넷기업의 평균 매출 성장률 25%를 멀찌감치 따돌렸지만 그같은 격차가 2019년과 2020년에 확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2019년과 2020년 해당 중국 기업의 평균 매출 성장률은 각각 37.3%와 32.1%였으며, 미국 기업의 평균 매출 성장률은 19.2%와 19.5%였다.
2018년 중국 인터넷기업의 평균 매출 성장률을 견인한 기업은 핀둬둬로, 그해 652.3%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앞서 베이징(北京)시 하이뎬(海淀)구 검찰은 지난 6일 텐센트가 운영하는 인터넷 메신저 위챗의 '청소년 모드'에 청소년보호법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청소년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한다면서 공익소송 대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위챗은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 서비스로, 월간 실제 이용자 수가 12억여 명에 이른다. 중국 내 대부분의 휴대전화 이용자가 위챗을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상품 결제를 하며, 동영상 등 게시물을 올리고 관심사를 공유한다.
검찰의 발표 이후 텐센트 측은 성명을 통해 "위챗 청소년 모드의 기능에 대해 성실히 자체 검사하고 이용자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민사 공익소송에 진지하게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검찰이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이러한 방식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SCMP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 당국이 빅테크 기업을 겨냥해 여러 새로운 정책과 규제와 소송을 제기하며 기술업계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해당 보고서가 발표 직후 사라졌다"고 전했다.
특히 텐센트가 최근 잇따라 중국 당국으로부터 두들겨 맞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는 '정신적 아편이 수천억 가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소년의 게임 중독 문제를 지적하면서 텐센트의 대표적 모바일 게임인 '왕자영요'(王者榮耀)를 콕 집어 언급했다.
이후 개장한 홍콩 증시에서 시총 상위 대장주인 텐센트의 주식은 한때 10% 폭락하며 600억 달러가 증발했다.
그러자 텐센트는 당일 오후 성명을 통해 12세 미만 이용자는 게임 도중 아이템 구매를 금지하고, 미성년자의 일일 게임 이용 시간을 추가로 줄이는 등 새로운 게임 이용 제한 대책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24일에는 텐센트가 음악 스트리밍 분야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온라인 음악 독점 판권을 포기하도록 명령했다.
또 같은달 30일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25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소집해 최근 시작된 '인터넷 산업 집중 단속'과 관련해 스스로 잘못을 찾아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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