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홍콩'…예술기관 위원 사임·도서관 자기검열

입력 2021-08-08 12:07  

'불안한 홍콩'…예술기관 위원 사임·도서관 자기검열
야당 부주석도 영국으로 떠나
"자유롭고 이성적 토론 불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후 민주화 활동가들의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이번에는 예술기관의 선출직 위원들이 사임했다.
8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홍콩 정부 산하 예술기금을 다루는 홍콩예술발전국(香港藝術發展局)에서 친중 진영으로부터 '문제의 3인방'으로 꼽혀온 3명 등 4명의 위원이 최근 사임했다.
이중 시각예술가 크리스 찬(陳錦成)은 명보에 자신과 가족이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한다며 "홍콩에 대해 더 이상 자유롭고 이성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친중 매체 대공보는 지난 4월 크리스 찬을 홍콩예술발전국 내 '노란 리본 스파이'라고 비판했다. 노란색은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민주진영을 상징하는 색이다.
찬은 지난 3월에는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26년 전 사진 작품을 놓고 친중 변호사와 설전을 벌여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홍콩 M+뮤지엄에서 아이웨이웨이가 베이징 톈안먼 광장을 가운뎃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사진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홍콩보안법 위반일 수 있다는 한 친중 변호사의 지적에 찬은 예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결국 M+뮤지엄은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을 전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출가 인디 리(李俊亮)도 언론에 의해 명예가 훼손했다며 위원직 사임으로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공보는 리의 과거 행동을 거론하며 그가 홍콩예술발전국을 먹칠했다고 비판했다.
홍콩예술발전국은 선출직 10명, 임명직 12명 등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명보는 "선출직 위원 3명의 사퇴는 홍콩 시민 사회의 좌절감을 반영한 것이며, 홍콩예술발전국 내 시민의 목소리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부주석 리윙탓(李詠達·65)이 지난 6일 주변에 알리지 않고 영국으로 떠났으며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다고 홍콩 매체들이 보도했다.
그의 영국행은 전날 친중 매체 문회보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민주당은 리 부주석이 홍콩을 떠났다고 확인하며 그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 부주석은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여러 차례 입법회 의원을 지냈으며, 2004~2006년에는 민주당 주석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우산혁명과 관련해 2019년 다른 이들을 선동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보안법 시행 후 야권에서 최소 20명의 저명한 인사들이 해외로 도피했다"고 전했다.
SCMP는 이와 함께 홍콩 학교도서관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홍콩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는 책들을 치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도서관들은 친중 진영에서 비판하고 있는 책들과 대만 관련 서적, 1989년 톈안먼 민주화시위 탄압 관련 책을 중심으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며 "심지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마저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속된 야당 정치인들이 쓴 책,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 관한 책, 중국공산당에 쫓겨 홍콩으로 도피한 국민당 병사들에 대한 역사책 등이 이미 치워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또 마오쩌둥·사담 후세인·김정일 등을 독재자로 거론한 스페인어 번역서도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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