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식구가 모인 비좁은 집 피해 극장 찾은 게 연기 인생 시작"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스타 저우룬파(周潤發 주윤발·66)가 홍콩 침례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8일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주윤발은 전날 침례대에서 배우로서의 빼어난 업적과 사회에 기여한 공로로 인문학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침례대 총장은 주윤발에게 학위를 수여하며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홍콩의 아이콘이자, 해외 인기 인사"라고 소개했다.
이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주 박사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고, 부와 명예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고 검소했으며, 그의 인내와 겸손은 그를 젊은 세대를 위한 훌륭한 롤모델이 되게 한다"고 말했다.
막대한 재산에도 지하철을 즐겨 타는 등 검소한 생활로 홍콩인들의 사랑을 받는 주윤발은 2018년 자신의 전 재산인 56억홍콩달러(약 8천1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옷, 검은색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학위 수여식에도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단상에 오른 주윤발은 "1960년대 대식구가 낡고 비좁은 다세대 주택에 살았는데 어린 나는 그 상황이 너무 끔찍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극장으로 갔다"며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그저 극장에 에어컨이 있어서 갔는데 그게 연기 인생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17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고, 리샤오룽(李小龍·이소룡·1940∼1973)의 '용쟁호투'가 개봉한 1973년 TVB방송의 연기훈련 과정에 합격했다.
주윤발은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촬영했다. 현장에서, 스튜디오에서, 잠을 잘 때도 대본을 읽으며 처음 9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1976년 영화계로 옮겼고, 1986년 우위썬(吳宇森) 감독과 찍은 '영웅본색'이 아시아를 뒤흔들면서 최고 인기를 구가했다.
이후 열린 홍콩 누아르 전성시대의 대표주자로 활동한 주윤발은 "당시 하루에 총알 1만발 이상을 쐈던 것 같다"며 웃었다.
1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홍콩인들의 격려와 관용, 사랑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주윤발은 앞서 1999년 홍콩연예예술대 명예회원이 됐고, 2001년 홍콩 성시대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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