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각급 공립학교 등록 100만명 감소…저소득 지역 더 심각
온라인 수업 어려움·공교육 불신 커진 탓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많은 학부모가 공립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탠퍼드대와 함께 미 33개 주 7만 개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결과, 지난해 신학기에 등록한 유치부 학생 수가 20% 이상 줄어든 학교가 1만 개에 달하는 등 '유치원 엑소더스(탈출)'가 벌어졌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9년과 2018년 4천 개가량 학교가 이 정도의 유치원생 급감을 겪었던 것과 비교해 훨씬 많은 수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 유치부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지만, 문자와 숫자 식별, 협동 등을 배우는 공립학교 내 기초 과정인 만큼 많은 가정이 1학년이 아닌 유치부로 자녀가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선택해 왔다.
미 정부 통계에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다.
지난해 지역 공립학교는 등록이 예상됐던 어린이 100만 명 이상을 놓쳤다.
저학년에 이런 현상이 집중돼 유치부 어린이가 34만 명으로 가장 급격히 감소했다.
전년 대비 학생 수 감소율은 유치부가 9.3%로 가장 높았고 1∼3학년 감소율은 각각 3.4%, 3%, 3.7%였다.
특히 저소득 지역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가구 평균 소득이 가장 적은 지역에서 유치원생 감소율은 13.6%로 가장 높았다.
저소득층 가정이 많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는 지난해 유치원 등록이 2019년보다 25% 이상 급감했다. 미 전역보다 3배가량 높은 감소율이다.
NYT는 팬데믹이 보건의료나 소득에서뿐 아니라 교육에서도 불평등을 고착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학교가 어린 학생들을 놓친 주 이유로는 원격 수업이 지목됐다.
전면 원격 수업을 하는 지역에서 전면 대면 학습을 하는 지역보다 등록 학생 감소율은 1.1%포인트 높았다.
5∼6세 유치원생에게 원격 학습이 매우 어려운 일인데다, 부모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민자이거나 나이 든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가정에서는 원격학습을 도와주기가 더욱 어렵다.
이민자 가정이 많은 하와이주 호놀룰루 공공주택단지의 리나푸니 초등학교는 유치원생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공립학교가 양질의 온라인 교육을 제공할지 의심이 커지면서 원격학습이 일부 가정에서 이미 품고 있던 불신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저소득 유색인종 학생들을 대변하는 에듀케이션 트러스트의 케일라 패트릭은 "많은 유색인종 가정이 타당한 이유로 자녀를 집에 두고 있다"며 "학교가 믿음을 다시 쌓아 올릴 수 있을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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