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폭염과 가뭄 콜라보…그리스, 터키 등 남유럽 불구덩 속으로
탄소 배출량도 증가시켜 악순환…"방재 체계부터라도 손봐야"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극심한 폭염과 가뭄, 그리고 산불. 올여름 유난히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으로 인한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서부에 이어 그리스, 터키 등 남유럽 지역에서는 거대한 산불이 2주 가까이 타오르면서 주민 수백, 수천명의 피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거대한 불길로 밤하늘이 시뻘겋게 변한 그리스 마을에서 소방관들이 사투를 벌이고 주민, 관광객이 황급히 대피하는 모습을 일컬어 마치 '종말의 날' 같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8일(현지시간) '유럽이 불타고 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남유럽 산불을 일으킨 직접적 원인이 번개인지, 아니면 방화인지 확실치 않지만 기후변화가 올여름 극한의 산불 재난을 촉발한 핵심 요인이 됐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DW에 따르면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등 덥고 건조한 지중해 일대 남유럽 국가에서의 산불은 사실 이전부터 연례행사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산불에 '잘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고, 방재 전략도 정교히 다듬어온 덕택에 1980년 이후부터는 산불 발생 빈도나 규모도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최근 수년간 산불이 너무 잦아지고 그 규모와 강도 역시 이전 수준과는 확연히 다르게 커졌다는 점이다.
2017년과 2018년에도 터키에서부터 스페인까지 대형 산불로 인해 수백명의 목숨이 희생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이러한 전례 없는 재난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역시 남유럽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다.
지난달 유럽의 기온은 사상 두번째로 높았고, 특히 그리스의 경우 이번주 최고 기온이 섭씨 4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남유럽 지역은 최근 30년 동안 가장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무려 1천500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지난 1987년 산불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미 올들어 이달 5일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전 12년 동안의 평균보다 최소 55% 더 많은 면적을 태운 것으로 나타났다.
구식에 가까운 유럽의 산림 관리법이 이러한 화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산림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경우 덤불을 쳐내는 등의 활동도 하지 않기 때문에 산불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의 방재 정책에는 극심한 폭염에 따른 영향도 반영돼 있지 않다.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각국의 약속이 '공염불'이 되는 현실 또한 이러한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헬름홀츠 해양 연구소의 기후 과학자인 모지브 라티프는 "그들(각국 정부)은 계획을 만들고 목표를 설정하지만 실제 행동하지는 않는다"며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990년 이후 세계 탄소 배출량은 60% 늘었다"고 지적했다.
산불 발생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또한 늘어나는 악순환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2017년의 경우 이베리아 반도와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등의 극심한 산불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3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DW는 만약 올해에도 기록적인 산불로 인해 상당 규모의 산림이 소실된다면 또다시 탄소 흡수지대로서의 산림을 잃어버리는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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