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나는 이재용…삼성전자 대규모 투자·M&A 속도내나(종합2보)

입력 2021-08-0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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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나는 이재용…삼성전자 대규모 투자·M&A 속도내나(종합2보)
삼성, 경영 정상화 기대감…미국 반도체 20조원 투자 결정 관심
취업제한과 다른 재판으로 경영 행보에 제약…경제 기여·신뢰 회복 과제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9일 결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삼성이 총수 공백을 해소하고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가석방이 되더라도 취업제한과 2건의 다른 재판으로 인한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으로 이 부회장은 13일 풀려난다.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지 207일 만에 풀려나는 것이다.
그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해온 재계에서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삼성의 '총수 부재'에 따른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은 이날 일제히 이 부회장 가석방 환영 논평을 내고 이 부회장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을 주문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가장 먼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로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미국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000660]가 각각 176단 낸드와 DDR5 D램의 기술 개발과 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등 삼성전자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부회장의 복귀로 삼성전자가 미국 등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재계에서는 회사 장기 미래를 좌우하는 굵직한 투자는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이 부회장이 수감된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아직 후보지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로이터 통신은 최근 이 부회장이 출소하면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와 M&A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등과 관련한 결정도 이 부회장의 복귀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끊겼던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도 가시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바탕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분야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 사업 등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특히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에 이어 이 부회장의 재구속 등 연이은 악재로 내부가 침체돼 있어,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회사를 일신하고 '뉴삼성'으로의 변화를 통해 활력을 되찾길 바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더라도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이 유효하다. 이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예외를 승인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이 공식 등기 임원으로 경영 활동을 하기에는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서 시급한 투자 결정 경영에 참여하겠지만, 취업제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완전한 경영은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이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삼성에서는 보수도 받지 않는 미등기 임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상태에서도 경영에는 참여하기 때문에 미국 반도체 대규모 투자 등 대형 사안에 대해 최고경영자들이 함께 협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사면·복권이 아닌 가석방 상태라 더 공격적인 경영에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이 부회장 가석방 상태에서 최대한 유연한 행정적 배려를 통해 이 부회장이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또한 이 부회장 사면을 계속 건의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의 다른 재판들도 부담 사안이다. 현재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된 재판도 조만간 시작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국가 경제에 이 부회장이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관련한 이 부회장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13일 석방 후 머지않은 시일 내에 국내외 출장 등 행보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재계에서 나온다. 또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만큼, 경영 정상화 못지않게 대국민 신뢰 회복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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