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달루시아지방 한 마을의 수백년 전통
38세 시장 아이디어…"고독 없애는 인류무형유산"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스페인의 한 작은 시골 마을이 여름밤에 동네사람들이 야외로 나와 담소를 나누는 전통을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인구 1천400여 명의 소도시 알가는 수백 년간 이어져 온 마을의 여름 심야 야외대화 전통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페인에서는 안달루시아 지방뿐 아니라 전국에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면 밤에 의자를 들고나와 거리에서 이웃들끼리 모여앉아 소소한 정담을 나누는 관습이 있다.
어찌 보면 특별한 문화적 전통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이런 관습을 유네스코 무형문화 유산에 등재를 추진한다는 것은 38세의 젊은 시장의 아이디어다.
알가시의 호세 카를로스 산체스 시장은 "소셜미디어(SNS)와 텔레비전의 위협으로부터 수백 년 된 관습을 보호하기 위해" 소중한 대면 대화 전통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한다고 했다.
이미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피자, 핀란드의 사우나 문화, 보스니아의 잔디 깎기 대회 등의 전통이 등재돼있으므로 한여름 밤의 노변정담 관습도 충분히 등재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산체스 시장은 "집에서 페이스북을 스크롤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대신 모든 사람이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이런 저녁 대화는 고독감을 줄여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그들이 혼자라는 느낌을 털어내고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치유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산체스 시장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 아이디어는 이웃들의 호응을 얻는 것을 넘어 스페인 언론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관심도 받았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실제로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일단 마을 이름은 물론 소중한 전통까지도 널리 홍보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물론 여러 다른 지역에서도 우리 알가를 알게 됐어요. 공짜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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