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독일 메르켈 퇴장에 중국-EU 관계 칼날 위에"

입력 2021-08-10 12:37  

홍콩매체 "독일 메르켈 퇴장에 중국-EU 관계 칼날 위에"
"EU, 노련한 심판 없이 미중의 싸움에 끼게 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지난 16년간 유럽연합(EU)과 중국 관계를 지휘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퇴임함에 따라 중국과 EU 관계가 칼날 위에 서게 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분석했다.
SCMP는 "인권 탄압과 경제적 반칙행위에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압박 속에서 EU가 노련한 심판인 메르켈 총리 없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슈퍼파워의 싸움에 끼게 됐다"고 전망했다.
이어 "16년간 인권보다 상업에 더 무게를 둔 채 EU-중국 관계를 이끌어온 메르켈 총리의 퇴장을 앞두고 EU 안팎에서 향후 중국과의 관계 정립에 대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메르켈 총리는 퇴임을 앞두고 미국을 고별 방문하는 등 최근 서방 동맹 정상들과 잇따라 회담을 했으며 각 회담에서 중국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메르켈 총리는 또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통화했고, 시 주석은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과 미국의 대중정책으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했다.
SCMP는 "누가 EU에서 메르켈의 빈자리를 메울 것이냐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중국은 후임자가 현상 유지를 해주길 기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중국은 두가지 시나리오에 기대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는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아르민 라셰트 독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 총리 후보 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지사가 다음달 선거에서 무난히 승리해 메르켈 총리와 유사한 대중 정책을 이어가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를 이을 차기 독일 총리는 오는 9월 26일 선출되는 연방하원이 비밀투표로 선출한다.
또 하나는 메르켈 총리와 마찬가지로 '유럽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내년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다.
상하이대 장스쉐 교수는 "EU와 중국 간 긴밀한 관계의 주요 후원자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한다"며 "유럽 문제의 주요 당사자이어야 하며 중국을 향해 올바른 태도를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켈과 마크롱은 그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의 미래 지도자들이 중국에 올바른 태도를 유지하거나 우호적이길 기대해보자"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누가 메르켈 총리의 뒤를 잇든 독일은 중국과 강한 상업적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프랑스의 앞날은 독일보다는 덜 분명해보인다고 말한다.
SCMP는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에서 프랑스 대사와 러시아 대사간 설전은 프랑스 당국이 독일보다 인권문제에 더 강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당시 포럼에서 로랑 빌리 중국 주재 프랑스 대사는 자국에서 중국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면서 "누구도 중국이 자신의 모델을 강요하려고 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CMP는 또한 "반중여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어 메르켈의 퇴장 후에는 현재와 같은 EU-중국 관계가 유지될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정치인들도 많다"고 전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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