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도국에 백신 우선 강조
증극매체, 미국의 '코로나 논쟁'에 "중국 외교자원 소진 의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국에 백신 집중 지원을 강조하며 외교전을 강화하고 있다.
1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샤오룽(王小龍) 중국 외교부 국제경제사(司) 사장은 전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대외 제공 현황을 설명하면서 개도국과 일대일로 회원국들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왕샤오룽 사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 5일 '코로나19 백신 협력 국제포럼'에서 중국이 올해 전 세계에 20억 회분의 백신을 제공하고 코백스(COVAX·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개도국 백신 지원 프로젝트)에 1억 달러(한화 1천143억 원)를 기부하기로 한 점을 언급했다.
왕 사장은 "이는 중국이 자체 코로나19 방역과 접종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전 세계 인구의 10%가량에 안전을 제공한다는 의미"라면서 "중국이 백신을 전 세계 공공재로 여기고 인류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확고한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노백(Sinovac·科興中維), 시노팜(중국의약그룹) 등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개도국 위주의 100개국 이상에 원조, 수출, 공동 생산 등의 방식으로 총 7억7천만 회분 이상 공급했다고 선전했다.
왕 사장은 "중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우선으로 삼고 있으며 현재까지 대외 제공한 백신 물량의 90%가 이들 지역에 제공됐다"면서 "중국은 또한 29개국과 함께 일대일로 백신 협력 동반자 관계인 '건강 실크로드' 구축도 발의했다"고 말했다.
왕 사장은 "중국이 80여 국가 및 국제기구에 코로나19 백신을 기증했고 이 가운데 3분 1 이상이 아프리카 지역"이라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등 전란 지역에도 백신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중국은 최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에 잇달아 자국산 백신 공여 실적과 계획을 발표하고, 백신 공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하는 등 백신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매개로 자국산 백신 공급을 통해 개도국을 우군으로 만들어 코로나19 관련 중국 책임론을 지적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려는 행보로 읽힌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기원 2단계 조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말 코로나19의 기원과 관련해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추가 검토해 다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과 관련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1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는 중국의 외교 자원을 소진하기 위한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미국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우한을 겨냥하며 중국의 전염병 통제 정책에서 허점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은폐했다며 WHO와 동맹국들을 동원해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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