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등 남유럽 화재 이어…정부 "방화 가능성 의심"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그리스, 터키 등 지중해 인근 남유럽 지역에 산불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 국가인 알제리에서도 산불로 10일(현지시간) 사망자가 42명으로 늘어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만 베납데라흐마네 총리는 이날 국영TV 연설에서 화재 진압에 투입된 군인 25명을 포함해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42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진화 작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외국의 파트너들로부터 비행기 대여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약 100명의 시민을 화염에서 구조하고 순교한 25명의 군인들 소식에 매우 큰 슬픔을 느낀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알제리 국방부는 숨진 군인들이 화재가 덮친 지역의 주민 110명의 목숨을 구했다면서 숨진 군인들 외에 14명의 군인이 화재 진압 도중 부상했다고 밝혔다.
불은 알제리 북부 산악지역인 카빌리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9일 밤부터 시작됐으며, 동시다발적으로 50여건의 불이 북부 산림 지대 곳곳을 휩쓸었다.
카빌리 지역 도시 티지우주에서는 주민들이 나뭇가지와 물 양동이를 동원해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불이 민가까지 덮치면서 일부 주민들은 호텔과 유스호스텔, 대학 기숙사 등으로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호텔로 피신한 주민 모하메드 카시는 로이터통신에 "끔찍한 밤이었다. 집이 완전히 불에 탔다"고 말했다.
산불은 올여름 남유럽을 강타한 폭염과 지중해의 고온 건조한 날씨가 합쳐져 더욱 맹렬해진 양상이다. 알제리의 이날 최고 기온도 46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알제리 정부는 화재를 일으킨 직접적 원인으로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카멜 벨주드 내무부 장관은 "50여건의 불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일어났는데 이는 범죄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현지 국영 라디오 방송을 인용해 북부 메데아, 안나바 지역에서 방화 용의자 3명이 붙잡혔다고 전했다.
알제리에서는 이전에도 종종 방화로 인한 대규모 화재 피해를 겪었으며, 이에 따라 테분 대통령은 인명 피해를 초래한 산불 방화범의 형량을 징역 30년까지 강화하는 법안 마련을 지난달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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