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투자 중심 기업 집단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중국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SBG가 올 2분기(4~6월)에 거둔 순이익은 7천615억엔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39% 급감했다.
올 2분기 실적이 후퇴한 것에 대해 회사 측은 작년에 미국 통신사 T모바일(옛 스프린트) 주식 매각 등으로 일시적으로 이익이 컸던 데 따른 반사효과라고 설명했다.
전체 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인공지능(AI) 관련 비상장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그룹 산하의 '비전 펀드' 이익은 2천356억엔으로 82% 급증했다.
투자했던 여러 기업의 매각 차익과 중국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의 지난 6월 말 시점 평가익이 계상됐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SBG의 올 2분기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중국 리스크에 따른 실적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불안이 반영돼 SBG 주가는 전날(10일) 올 3월의 최고치와 비교해 36% 폭락한 6천831엔에 거래가 끝났다.
실제로 SBG의 주요 투자처인 디디추싱은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했다가 중국 당국의 사이버안보 조사를 받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6월 말 시점과 비교해 주가가 30%가량 폭락했다.
중국 당국이 SBG의 지분 비중이 큰 알리바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SBG 주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은 작년 10월 공개 포럼에서 중국 당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반독점 등을 명분으로 대형 정보통신기업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초점을 알리바바에 맞추고 있다.
마윈이 지배하는 앤트그룹은 작년 11월 당국의 제동으로 상장이 연기되고, 알리바바는 올 4월 3조원대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SBG 회장 겸 사장은 투자처의 분산을 강조하면서 중국 리스크를 낮추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 회장은 10일 열린 올 2분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에서) 다양한 규제가 시작돼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싶다"면서 기업당 투자액을 줄이는 등 위험 분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을 포함한 경영진이 2019년 출범시킨 2호 펀드에 최대 26억 달러를 출자하는 등 위험을 직접 감수하는 투자전략을 펴겠다는 뜻을 아울러 밝혔다.
SBG의 투자 분산 전략에 따라 비전펀드와 라틴아메리카펀드의 경우 투자 비중이 시가 기준으로 미국 34%, 한국·인도 등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가 25%에 달하고 중국은 23%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4월 이후의 신규 투자 중 중국 기업 비중은 11%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닛케이는 SBG 전체로는 중국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올 6월 말 31조6천억엔 규모(시가 기준)인 SBG 보유 주식 중 12조 엔어치가 알리바바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디추싱 등 펀드를 통한 투자기업 지분까지 합치면 중국 비중은 약 50%에 달하고 있다.
닛케이는 디디추싱 외의 다른 투자처 주가도 좋지 않은 종목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중국 시장 동향이 향후 SBG 실적에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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