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멍완저우 사건 직후 검거돼 2년여간 구금…"집에 가고 싶어"
25개국 외교관, 주중 캐나다대사관서 '지지'…美 "인간을 협상 지렛대로 써"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캐나다 당국에 체포된 직후 간첩 혐의로 중국 당국에 검거된 캐나다인 대북사업가에 대해 중국 법원이 11년 실형을 선고했다.
11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시 중급인민법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날 캐나다인 대북사업가인 마이클 스페이버에 대해 '외국을 위해 정탐하고 국가기밀을 불법 제공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1년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스페이버의 재산 5만 위안(약 890만원)을 몰수하는 한편 국외로 추방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추방 시기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는데, 로이터 통신은 중국 법조계 인사를 인용해 "추방은 보통 형기를 마친 뒤 이뤄지지만, 특별한 경우 그보다 일찍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스페이버는 미국 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을 주선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면한 적도 있는 인물로, 북한 관광사업을 해왔다.
그는 캐나다가 2018년 12월 화웨이의 멍 부회장을 체포한 지 9일 뒤 전직 캐나다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과 함께 중국 당국에 체포돼 2년여간 구금생활을 해왔다.
이를 두고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받는 멍 부회장을 체포하자 중국이 보복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캐나다 법원이 멍 부회장을 미국으로 송환할지를 놓고 몇 주 이내에 최종 심리를 할 예정인 가운데 나왔으며, 멍 부회장을 석방하라는 중국 측의 압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멍 부회장 사건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자국 내 캐나다인 판결과 멍 부회장 사건의 관련성은 부인해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판결 후 성명을 통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 부당하다"면서 "판결은 2년 반 동안의 임의구금 끝에 나왔다. 법적 절차에 투명성이 없고 국제법상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주재 캐나다 대사 도미닉 바튼은 판결 후 구금시설에서 스페이버를 접견했으며, 스페이버가 "모든 지지에 감사드린다. 건강 상태가 괜찮다. 집에 가고 싶다"는 메시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바튼 대사는 또 "멍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러한 판결을 듣게 된 것은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한편,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관련해 군용기가 있는 공항처럼 촬영금지구역에서 찍은 사진 등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주중 캐나다 대사관에서는 미국·일본 등 25개국 외교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으며, 주중 미국 대사관도 "인간을 협상 지렛대로 쓰려는 것"이라고 비판성명을 냈다.
바튼 대사는 "우리가 단체로 모여 목소리를 낸 것은 '전세계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중국 정부에 보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전날에도 필로폰 222㎏을 밀수한 혐의로 기소된 캐나다인 로버트 셸런버그의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인 사형 판결을 유지한 바 있다.
셸런버그는 2018년 11월 1심에서 징역 15년형이 나왔지만, 멍 부회장 체포 직후 열린 재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멍 부회장 체포 이후 중국에서 마약 관련 범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캐나다 국적자는 4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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