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파충류 잡아먹는 포식종만 선택적 멸종…경골어류 먹이 상어종 번성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6천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지구에서 공룡이 사라질 때 동식물종 75%도 같이 멸종했다. 육상과 바다 가릴 것 없이 죽음의 행렬이 이어졌지만 상어는 상대적으로 덜 타격을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연구진은 백악기 말기 대멸종 때의 상어 이빨 화석의 다양성을 분석해 얻은 이런 연구 결과를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PLoS)이 발행하는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을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상어 이빨 화석 총 1천239개의 형태를 분석했다.
이 화석들은 현존하는 8개 상어목(目)과 멸종 1개 목의 상어에서 나온 것들로, 약 8천360만년 전부터 5천600만년 전까지 '백악기-고제3기(K-Pg) 대멸종'을 포함해 약 2천700만년에 걸쳐 있다.
연구팀은 상어 이빨의 다양성이 K-Pg 대멸종 이전에 이미 줄어들고 있었으나 대멸종 기간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칼날 같은 삼각형 이빨을 가진 최상위 포식 상어종은 이 기간에 선택적으로 멸종했는데, 이는 먹잇감의 멸종과 연관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이외에 다른 상어종은 K-Pg 대멸종 이후 이빨의 다양성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물고기 사냥에 적합하게 좁고 뾰족한 이빨을 가진 악상어과 상어종은 대멸종 이후 고제3기 초기에 지느러미를 가진 어종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과 때를 같이해 다양성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런 양상이 네 발 달린 파충류만 잡아먹던 최상위 포식 상어종은 소멸하고 경골어류를 먹잇감을 삼는 상어종은 번성하는 생태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백악기 말기 대멸종을 전후해 상어의 이빨 형태를 분석한 첫 결과로, K-Pg 대멸종의 영향이 상어에게는 다른 대부분의 척추동물과 달리 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앞서 '예일생물권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6월 상어 피부의 미세한 돌기인 '비늘' 미(微) 화석이 쌓인 태평양 심해저의 퇴적물 분석을 통해 같은 맥락의 연구결과를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상어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많았지만 약 1천900만년 전 70%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공룡대멸종 때의 두 배에 달하는 개체수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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