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언론자유 재갈' 미디어법 통과…우파연정 붕괴(종합2보)

입력 2021-08-1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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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언론자유 재갈' 미디어법 통과…우파연정 붕괴(종합2보)
논란 속 하원 표결 통과…미국·EU, 우려·비판 목소리
홀로코스트 유대인 재산환수 가로막는 법안도 통과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폴란드 하원이 언론 자유에 재갈을 물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미디어법안을 처리했다.
처리를 둘러싼 내홍 속에 우파 연정은 붕괴했다.


폴란드 하원은 11일(현지시간) 자국 미디어 회사에 비(非)유럽권 소유주가 최대 주주가 될 수 없도록 못 박은 미디어 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이 9월로 미루려던 표결이 이날 강행되면서 찬성 228표, 반대 216표, 기권 10표가 나왔다.
한 야당 인사는 "오늘 표결은 자유를 겨냥한 공격이자 정부에 독립적인 미디어를 겨냥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독립미디어의 생존을 위협해 폴란드 민주주의를 크게 퇴보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미디어법이 시행되면 당장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보유한 폴란드 독립 TV뉴스채널 TVN24의 최대 주주인 미국 디스커버리사(社)는 지분을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이 채널은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란드의 핵심 동맹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디어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은 앞서 TVN24에 규제를 가하는 것이 폴란드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미디어 법안 통과로 TVN24는 지분 정리에 나서지 않으면 9월 26일 만료되는 라이선스를 연장받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베라 요우로바 부집행위원장은 12일 트위터에 "미디어 다원주의와 견해의 다양성은 민주국가들이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지 맞서 싸울 게 아니다"라면서 "이번 폴란드 미디어 법안은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디어 자유를 지키고 법치를 지지하기 위해 EU 전체에서 미디어자유법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디스커버리도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표현의 자유, 언론 독립이라는 핵심적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공격이며, 디스커버리와 TVN을 대놓고 차별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제 미디어 법안은 상원 표결을 앞두게 됐다.
한편 하원에서는 이와 별개로 나치 독일에 재산을 뺏겼던 유대인이 이를 되찾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와 후손 등이 국가에 몰수된 재산을 되돌려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이미 상원을 통과한 것이라 안제이 두다 대통령의 서명만 거치면 발효된다.
이는 즉각 이스라엘의 반발을 샀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홀로코스트를 잊지 않고, 희생자 권리를 지키려는데 해를 끼친다"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도 성명에서 폴란드가 홀로코스트 관련 재산권을 해결할 포괄적 법안을 마련해야 하며, 두다 대통령이 이날 통과된 법안에 서명하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원 표결에 앞서 연정의 일원인 합의당은 이날 우파연정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의석 13석인 합의당 탈퇴로 법과정의당이 이끈 우파 연정의 연방하원 의석은 219석으로 축소, 460석인 연방하원 과반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합의당은 우파연정 소속 3개당 중 가장 중도에 가깝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법과정의당 소속)는 전날 미디어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야로슬라프 고윈 부총리 겸 합의당 대표를 해임했다.
고윈 대표는 이번 미디어법안이 미디어 다양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폴란드 바르샤바 등 수십 개 도시에서는 미디어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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