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진격에 놀란 美, 아프간 대사관 감축…미군 일시 재배치(종합)

입력 2021-08-13 08:40   수정 2021-08-13 12:17

탈레반 진격에 놀란 美, 아프간 대사관 감축…미군 일시 재배치(종합)
철군 도중 되려 미군 투입 상황 연출…미국인에 "즉각 떠나라" 촉구
'공항서 외교업무 가능성' 보도도…블룸버그 "탈레반에 허 찔린 것"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은 1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반군 탈레반이 아프간 장악 지역을 급속도로 확장하는 가운데 아프간 주재 대사관의 직원을 줄이기로 했다. 아프간 체류 미국민에겐 즉시 떠나라고 촉구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의 완전 철수가 진행 중인 와중에 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대사관 직원 대피를 돕기 위해 미군을 다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탈레반과 교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결과로 아프간의 폭력과 불안정성이 증대하는 것은 큰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수주 내에 대사관 직원을 핵심 외교 인력 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대사관에는 4천200명의 직원이 있고, 상당수는 미국 시민권자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프라이스 대변인은 인력 축소를 '대피'라는 단어로 부르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이것은 포기도, 대피도, 대규모 철수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결코 아프간 국민을 버리지 않는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우리 대사관은 열려 있고 외교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와중에 탈레반이 급속도로 세력을 넓히며 아프간 정부를 궁지로 내몰고 있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전날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군이 지금은 90일 이내에 수도가 함락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당국자는 한 달 내에 이 일이 생길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미국 국방부는 대사관 직원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3천 명의 미군을 일시적으로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항을 포함해 미국 외교관의 안전을 위해 남아 있던 650명의 미군과 합류한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의 포트 브래그에서 3천500~4천명의 육군 연대가 다음 주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지원군으로 쿠웨이트에 배치된다.
1천명의 육군과 공군 요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는 아프간전 와중에 미군을 도운 아프간 현지인들의 비자 신청 과정을 돕기 위해 카타르로 갈 예정이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런 움직임이 대사관 직원 감축 작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탈레반과 전쟁에 다시 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대사관 직원 감축에 대해 주둔 미군을 철수하는 와중에 미국이 탈레반의 진격 속도와 관련해 심하게 허를 찔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카불이 곧 탈레반에 함락될지 모른다는 미국 행정부의 생각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대사관의 안전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외교 업무를 공항으로 옮길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실제 이 가능성을 검토했다는 소식통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아프간 내 미국 시민들에게 활용 가능한 상업 항공편을 이용해 즉시 아프간을 떠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사관은 "안보 여건과 줄어든 인력을 감안할 때 아프간에서 미국 시민을 지원할 대사관의 능력은 카불 내에서조차 극도로 제한돼 있다"고 전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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