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 2030년 퇴출" 유엔 기후변화보고서 기습 공개

입력 2021-08-13 14:27  

"화력발전 2030년 퇴출" 유엔 기후변화보고서 기습 공개
과학자들 '정부 물타기' 우려해 초안 사전 유출
심각성 재확인…'부자들 소비패턴 바꾸라' 경고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가장 권위 있는 기후변화 보고서의 초안이 발간 전에 유출됐다.
각국 정부가 최종본에서 기후변화 심각성을 희석할 것으로 예상한 일부 과학자들이 강행한 일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환경운동단체 '과학자 반란'의 스페인 지부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작성하는 6차 평가보고서 일부를 공개했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 과학 ▲기후변화 영향 ▲기후변화 완화방안 등 세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과학자들이 유출한 초안은 제3 실무그룹이 내년 3월 내놓을 기후변화 완화 방안이다.
초안을 최초로 입수한 스페인 매체 CTXT는 공식 보고서가 약하게 바뀔 우려 때문에 유출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보고서 내용을 압축한 '정책입안자들을 위한 요약'을 수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초안에는 제1 실무그룹이 지난 9일 발간한 기후변화 과학 보고서와 같은 수준의 경고가 담겼다.

초안은 기온상승 제한,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 등 목표를 이루려면 10년 안에 배출량을 반 토막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시기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번에 유출된 초안에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이 일절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권고와 유사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초안은 환경변화로 가치가 급감하는 화석연료 좌초자산이 점점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수명이 수십년에 달할 화력, 가스 발전소의 신축이 9∼12년 내에 금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학자들은 빈곤층보다 부유층에 기후변화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초안은 상위 10% 부유층이 탄소배출의 36∼45%를 차지하지만 하위 10% 빈곤층은 그 수치가 3∼5%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소득자 소비패턴이 큰 탄소발자국(상품 생산, 유통, 소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과 연계된다"고 평가했다.
그 단적인 사례로 항공이동 부문에서 소득 상위 1%가 탄소배출 50% 차지한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초안은 선진국 부유층에서 특히 생활습관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냉난방 회피, 걷기나 자전거 타기, 항공여행 줄이기,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기기 쓰기, 육류 대신 식물 단백질 섭취 늘리기 등을 일상에서 실천할 대안으로 제시했다.
과학자들의 기습적인 보고서 초안 공개가 기후변화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투명하다.
IPCC 사무국 대변인은 현재 심의되고 있는 '정책입안자를 위한 요약' 최신안에서 유출된 초안에 담긴 내용이 이미 상당 부분 바뀐 상태라고 밝혔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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